3대 악재 따져보니…"최근 증시 급락은 붕괴 아닌 조정…강세장서 변동성 더 커"
AI 과잉투자 우려·엔비디아 고점 논란·유동성 불안 세 가지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최근 국내 증시가 가파른 조정을 겪으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하락장이 장기적인 추세 붕괴가 아닌 강세장 속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단기 급락'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19일 보고서를 통해 시장을 짓누르는 3대 악재 요인을 분석하고, 과거 경기 사이클과 강세장 데이터를 근거로 향후 시장 방향성을 진단했다.
◇"AI·엔비디아·유동성 우려가 조정 빌미"
이 연구원은 최근 증시 조정의 원인으로 ▲AI 과잉투자 우려 ▲엔비디아 고점 논란 ▲유동성 불안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우선 AI 산업에 대한 과잉 투자 우려다. 이 연구원은 "오픈AI가 1조4천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자본 조달의 현실성, 신용부도스와프(CDS) 급등, 전력 부족 등의 부작용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주도주인 엔비디아에 대한 불안감도 작용했다. 그는 "피터 틸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등 주요 인사들의 매도 소식이 전해진 데 이어 실적 발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다.
거시경제 환경도 비우호적이었다. 이 연구원은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과 일본의 금리 급등이 겹쳤다"며 "특히 단기 자금 시장 지표인 SOFR(무위험 조달 금리)가 연준의 금리 범위를 이탈한 것은 달러 유동성 부족 현상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우려 속에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11월 한 달 동안에만 9조1천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경기 사이클 여전히 확장 국면…1986년 강세장과 닮은꼴"
하지만 이 연구원은 이번 하락을 붕괴의 전조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단기 조정과 장기 붕괴를 구분하는 핵심 기준인 '경기 및 이익 사이클'이 여전히 확장 국면에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단기 조정과 붕괴를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는 사이클"이라며 "경기 사이클이 여전히 확장 국면이라면 통상 조정 폭은 -10%에서 -15%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경기 사이클이 꺾이기 전에 버블이 먼저 붕괴한 전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번 조정이 강세장의 끝이 아니라 강세장 특유의 변동성 확대 구간이라는 점을 역설했다.
이 연구원은 1986년 '3저 호황' 당시의 데이터를 제시하며 "강세장에서는 평년보다 급락이 2배 더 자주 나타나고 일간 하락 폭도 3~4% 수준으로 훨씬 크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1986년 4월 당시 코스피는 강세장 도중 며칠 만에 -4.5% 급락하는 등 큰 변동성을 보였으나, 이후 3~4주간의 바닥 다지기(횡보)를 거쳐 다시 상승 추세를 이어간 바 있다.
이 연구원은 "11월 단기 조정 뷰는 유효하지만, 이는 상승 추세의 훼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이클이 확장 국면인 만큼 과도한 공포보다는 강세장의 변동성 특성을 이해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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