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고시 성과급 취소…내달 성과보수체계 밑그림 나온다

2025-11-20     이현정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회사 성과보수 체계 개편안의 윤곽이 다음달 중 드러날 전망이다.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관련 임직원의 기존 성과급을 환수하는 '보수환수제도(클로백·clawback)'를 비롯해 개별 임원의 보수를 주주총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세이온페이(say-on-pay)' 도입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 중 본격적인 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부터 금융사 성과보수 체계 개편과 관련해 카이스트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연구용역 결과는 다음 달 중 나올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배구조법상 성과급 조정·환수 조항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배구조법 개정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설명회·공청회 등을 열어 여론 수렴 과정 등을 거친 뒤 관련 법안을 조속히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성과보수 체계를 손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벨기에 부동산 펀드 등 투자자 손실 사태가 끊이지 않는 것은 금융사의 단기 성과주의와 임직원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부실한 책임경영 구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융사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면서도 금융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데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클로백' 제도 도입을 우선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후보 시절 정책 공약집을 통해 반복되는 금융사고 책임 떠넘기기 관행을 근절하겠다며 보수환수제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클로백은 발톱으로 긁어 회수한다는 뜻으로 임직원이 회사에 손실을 입히거나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명예를 실추시키는 경우 이연 성과급을 삭감하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제도화했다.

우리나라도 이미 지배구조법(제9조 3항)에 '이연 지급 기간 중 담당 업무와 관련해 금융회사에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연 지급 예정인 성과보수를 실현된 손실 규모를 반영해 재산정된다'고 명시돼 있지만, 대부분의 금융지주가 이 조항을 내부규범에 반영해 놓지 않고 있거나 규정이 있더라도 실제 이행된 사례는 없다.

이에 따라 감독규정 및 시행령에 성과급 환수 조건 등 구체적인 내부규범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들이 감시하는 '세이 온 페이' 제도 도입도 함께 추진한다.

이 제도는 상장사가 최소 3년에 한 번 경영진 급여에 대해 주주총회 심의를 받도록 한 제도다. 금융당국은 임원에 대한 개별보수를 공시하고, 보수 지급계획을 주총에서 주주들에게 설명하는 수준에서 검토하고 있다.

임원진 보수에 대해 주주들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낸다는 점에서 주인 없는 회사로 통하는 금융회사에서 사실상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보수를 결정할 수 없도록 통제하는 장치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2023년 '은행권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도 클로백 제도 도입을 검토했지만, 법적 분쟁 소지가 크다는 금융권 반발에 최종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정책 재편을 우선시하고 있는 만큼 추진 동력이 과거보다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당도 법 개정 취지에 공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엔 입법 절차를 밟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실제로 얼마나 적용될 수 있을지 실효성이 담보되어야 하며 자칫 책임 분담 문제로 분쟁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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