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지루한 박스권 시작되나…적정 밸류에이션 고민하는 서울환시

2025-11-20     정선미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460원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환당국의 강력한 구두개입으로 달러-원 환율 상단에 대한 인식이 견고해졌지만 환율을 떨어뜨릴 재료가 마땅치 않아 아래쪽으로도 움직일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구조적 수급 불균형 상황에서 원화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태며 장기평균으로 봤을 때도 환율이 극단적으로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달라진 수급 지형을 고려할 때 환율이 1,500원 선을 돌파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날 1,465.60원으로 올랐다. 지난 14일 당국이 환율 안정조치를 시사함에 따라 한때 1,450원 초반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으나 하락분을 대부분 회복했다.

전 거래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수출기업 네고물량이 일부 출회되기는 했으나 결제수요가 크게 우위를 보였다고 딜러들은 지적했다.

아울러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거품론으로 조정을 받자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졌으나 서학개미들은 오히려 대미투자를 늘리면서 수급 쏠림이 나왔다.

그러는 사이 엔저는 심해졌고, 달러 인덱스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크게 낮아지며 100선을 상향 돌파했다.

정부는 국민연금과 수출기업 등 주요 외환수급 주체와 환율 안정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고 최근 주요 수출기업과 만났으며, 연금과는 아직 만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가 할 수 있는 부분 내에서 주요 외환 수급 주체들과 협의해 환율의 불확실성 또는 불안정성이 나타나지 않도록 일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국민연금과의 논의를 앞둔 데다 수출기업의 환전 및 투자 동향도 모니터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의미한 수급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정부에서는 연금 역할을 유도할 것으로 보이고 점진적으로 경고하면서 달러-원 레벨을 낮출 것 같다"면서 "연금이 전략적 환헤지를 한다는 얘기가 시장에 계속 나오면 하방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은 레인지 장세로 봐야 하고 크게 방향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방망이를 짧게 잡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당국이 액션을 준비하는 만큼 적정 밸류에이션에 대한 고민은 항상 할 수밖에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정부가 환율 상승세에 제동을 걸기는 했지만 1,500원대의 환율이 머지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은행의 외환딜러는 "정부 개입에 한계가 있다 보니 여전히 롱이 승리하는 것 같다"면서 "위쪽을 보는 것이 편하지만, 그럼에도 1,475원에서는 항상 당국 경계가 있어 지금 섣부르게 롱을 가져가는 딜러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연말도 다가오는 데다 환율 변동성도 크지 않아 방향성 베팅에 나서기보다 보수적으로 움직이며 그동안의 수익을 지키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달러-원 환율은 대내 변수보다는 결국 달러화 움직임이 결정한다면서 "원화의 강세 시나리오는 없다"면서 1,500원대 환율도 장기적으로는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달러-원이 환율이 갖는 전형적 특성인 '평균으로의 회귀'가 과거에 비해 뚜렷하게 약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KB국민은행 이민혁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통상 환율은 일시적으로 극단 구간을 벗어나더라도 결국은 평균으로 돌아오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2020년대에는 (달러-원) 평균선 자체가 지속 상향 이동하며 환율도 극단 구간에 머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미 성장률 및 금리 격차의 역전이 상시화된 점, 거주자 해외투자로 인한 달러 수요의 구조적 증가, 빈번한 지정학·정책적 이벤트가 원화에 지속적인 충격을 가하는 점 등을 그 배경으로 꼬집었다.

그는 구조변화가 완료되면 평균으로의 회귀가 다시 나타나겠지만 완료되는 시점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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