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극의 파인앤썰] 한국만 호구 만드는 김프

2025-11-20     황병극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코리아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는 우리나라 상장사의 주식 가치가 유사한 매출 규모나 수익을 내는 해외기업과 비교해 과도하게 낮게 평가받는 현상을 말한다.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한국 주식시장이 양적·질적으로 재평가받도록 하겠다는 것은 당국은 물론 전국민적 관심사다.

방법론에 차이가 있었지만,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정부가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중요한 정책과제로 삼아왔다. 이재명 정부에서 자본시장 활성화를 기치로 내걸고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상법을 개정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국내 주식시장뿐 아니라 해외에서 유통되는 우리나라 정부나 기업의 해외채권도 비슷하다. 해외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이른바 '한국물(코리아페이퍼)'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같은 신용등급을 부여받고도 해외기업에 비해 더 높은 금리를 지급하는 게 다반사다. 국내외 모두에서 제값을 못 받는 셈이다.

코리아디스카운트와 함께 국내에서 거래되는 금융상품의 가격이 해외에서 거래되는 가격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것도 문제다. 가격 상승기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붙였던 '김치 프리미엄'이 대표적인 경우다.

실제로 20일 10시 현재 해외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 9만2천457달러를 원화로 환산하면 1억3천572만원 정도지만, 같은 시간 국내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은 1억3천779만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동일한 상품인 비트코인이지만 해외보다 국내에서 대략 1.7% 정도 비싸게 유통되고 있다. 그나마 최근 프리미엄이 낮아진 수준이다. 한때 비트코인에 붙었던 프리미엄이 10%를 훌쩍 넘어서기도 했다.

사진설명: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을 찾은 고객들이 골드바 가격을 보는 모습. 2025.10.17 hwayoung7@ yna.co.kr

금값이 폭등하던 지난달 한국거래소(KRX)에서 형성된 금값 프리미엄은 한때 20%에 달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금 투자가 몰리고 국내외 금값이 괴리되면서, 국제 금값에 비해 국내 금값의 웃돈이 치솟은 결과다.

우리나라 자산을 대표하는 원화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원화는 다른 나라 통화들에 비해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내 거래소에서 유통되는 스테이블코인 테더 환율과 서울외환시장의 달러-원 환율을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미국 1달러에 고정된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는 20일 현재 1,490원대에서 매매되고 있다. 서울외환시장에서 형성된 달러-원 환율에 비해서도 20~30원 높다.

이런 가격괴리현상은 완전경쟁시장에서 동일한 상품은 하나의 가격으로 거래돼야 한다는 경제학 기본원리인 '일물일가의 원칙'과도 배치된다. 이 경우 시장 간 가격차를 이용해 가격이 싼 시장에서 매수해서 비싼 시장에서 매도하는 형식으로 차익거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외국인들과 달리 국내에 거주하는 투자자들만 동일한 금융상품을 웃돈을 주면서 더 비싸야 사야 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가격 상승기에 붙었던 프리미엄이 해소되기라도 하면 투자 손실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금융상품이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저평가된 것도 모자라 우리나라 국민들만 같은 금융상품을 외국인보다 더 비싸게 사는, 이른바 호구 취급을 당하는 셈이다.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없애고 한국에서 통용되는 각종 프리미엄을 해소해야 하는 이유다.

투자자들도 시장이 과열현상을 보일 때는 보다 냉정하게 접근해야 하겠지만, 당국도 시장가격을 왜곡할 수 있는 각종 규제를 재정비해야 한다. 시장 접근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나 수수료 체제를 보다 정교하게 손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국민들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계속 호구가 될 수밖에 없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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