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흐름 대폭 개선된 SK하이닉스, 50조원 주주환원 가능성은
3년 FCF 50% 주주환원 재원 설정…이론상 수십조 환원 가능
재투자 수익률 높아 실제 환원 규모는 이보다 작을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30년 만의 메모리 호황'에 진입한 SK하이닉스[000660]가 매 분기 실적 신기록을 갈아치우면서 향후 주주환원 규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정배당금에 더해 2025~2027년 잉여현금흐름(FCF)의 절반을 추가 환원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는데, 증권가에서는 이 기간 FCF가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됐다. 산술적으로는 수십조원 단위의 주주환원도 가능하지만, 막대한 투자 소요를 고려하면 실제 환원 규모는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여러 증권사가 SK하이닉스의 2025~2027년 FCF를 110조원 안팎으로 추정했다.
키움증권은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FCF가 올해 20조원, 내년 33조원, 2027년 63조원으로 급증해 3년 동안 116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NH투자증권(110조원)과 BNK투자증권(113조원)이 이달 내놓은 수치도 비슷했다.
인공지능(AI) 시장의 불확실성을 반영해 전망치의 편차는 존재했다. 교보증권은 최대 146조원을 예상했고, 흥국증권은 보수적으로 87조원을 제시했다.
FCF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설비투자(CAPEX)를 빼서 계산한다. 인수·합병(M&A)이나 주주환원, 채무상환 등에 기업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다.
시장 참여자들이 FCF에 주목하는 이유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3개년 주주환원정책에서 FCF가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 기간 주당 1천500원의 고정배당금을 지급하되, 재무건전성 목표(순현금 전환 및 적정 현금 확보)를 달성할 경우 3년 누적 FCF의 50% 한도에서 2028년 이후 추가 환원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유의미한 정도의 FCF가 창출되면 일부 조기 환원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주주환원을 위한 기초체력은 갖췄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중 현금성자산이 차입금보다 많은 순현금 상태로 전환했다. 이에 발맞춰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회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잇달아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SK하이닉스가 2025~2027년 지급할 연간 고정배당금 규모는 약 1조원이다. 2022~2024년에도 연평균 1조원 남짓한 배당금을 지급했다. 자기주식 매입은 2018년이 마지막이었다.
증권사들의 예측대로 SK하이닉스의 2025~2027년 FCF가 100조원에 이른다면 이론상 최대 50조원이 주주환원 재원으로 할당된다. 최근 수년간의 환원 규모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한 증가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최대한도를 채워 주주에게 현금을 돌려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천문학적인 투자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또 'FCF 50% 범위 내'라는 조건을 붙인 만큼 주주환원이 적더라도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다.
아울러 최근 SK하이닉스가 자기자본비용(COE·주주 요구수익률)을 훨씬 웃도는 수익성을 내는 점도 관건이다.
KB증권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앞으로 3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39.1%로 예상됐는데, 추정 COE(12.4%)의 세 배가 넘었다. 재무이론에 따르면 ROE가 COE보다 높을 경우 재투자가 주주에게 유리하다.
회사 측은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9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추가 주주환원 계획을 묻는 말에 "AI 메모리 시장의 커다란 성장 잠재력과 당사의 높은 투자수익을 감안하면 창출한 재원을 사업에 재투자하는 것이 주주에게도 가장 좋은 현금 활용 방안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주주환원정책 시행 1년 차인 현재 시점에서 추가 주주환원은 검토하지 않고 있으나, 주주가치 극대화 방안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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