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커진 증권사…'빚투' 사상 최고치에도 신용융자 중단 없다
2021년과 상반돼…자기자본 확대로 신용여력도 커져
"증권사 돈 버는 방식 달라져"
(서울=연합인포맥스) 송하린 기자 = 국내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는 와중에도 대표적인 '빚투(빚내서 투자)' 지표인 신용융자잔액은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증자 등으로 자기자본을 빠르게 불린 덕에 신용여력이 넓어지면서, 과거처럼 신용융자 중단 조치를 통한 제어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24일 연합인포맥스 증시자금동향(화면번호 3030)에 따르면 신용융자잔고는 전 영업일 기준 26조8천471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용융자란 증권사가 개인투자자에게 주식 매수대금을 빌려주는 서비스다.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의 100%까지 신용융자를 제공할 수 있다.
빚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과거와 달리 속도 조절에만 나서는 분위기다. 신용융자잔고가 25조원을 넘어서자 한도가 차오르면서 신용융자 중단 조치가 잇달아 공지됐던 지난 2021년과는 상반된다.
'돈이 돈을 버는' 자기자본 기반 비즈니스가 증권업계 대세 전략으로 떠오르면서, 발행어음이나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를 목표로 몸집을 키운 영향이 크다.
올해 6월 기준 자기자본 상위 10위 증권사의 자기자본은 총 68조7천억원으로 지난 2021년 6월 대비 34%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1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여러 차례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을 12조원까지 끌어올렸다.
IMA 양강 체제에 도전장을 내밀기 위해 NH투자증권도 지난 8월 6천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8조원을 만들어냈다.
자본 확충은 곧 신용공여 여력 확대로 이어졌다. 업계 최대 자기자본을 보유한 미래에셋증권의 신용공여잔고는 지난 9월 말 기준 7조2천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1조6천억원 늘었다.
리테일 주력 증권사인 삼성증권과 키움증권 역시 지난 9월 기준 각각 4조2천억원의 신용공여잔고를 기록하며 올해 들어 4천억원과 8천억원 늘었다. 지난 2021년 6월 당시 자기자본 규모를 기준으로 하면 키움증권은 이미 한도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신용공여를 통한 이자수익 규모도 크게 늘었다. 키움증권의 올해 3분기 신용공여 이자수익은 964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4% 늘었고, 미래에셋증권도 대고객 신용손익이 872억원으로 같은 기간 37% 확대됐다.
김현수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증권사의 돈 버는 방식이 달라졌다"며 "과거에는 거래가 늘면 수수료가 늘어났지만, 지금은 자본을 운용해 버는 비중이 커졌다"고 말했다.
hr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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