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우의 외환분석] 숨고를 타이밍
(서울=연합인포맥스) 24일 달러-원 환율은 1,470원 부근에서 하락세로 출발할 전망이다.
지난주 오름세가 워낙 가팔랐으므로 고점에서 잠시 숨을 고를 타이밍이다.
달러-원은 지난 5거래일 연속 올랐으며 주간 상승폭도 18.60원으로 비교적 컸다.
정규장 종가는 1,475.60원으로 지난 4월 9일 이후 7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강세, 엔화 약세 추세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이 달러-원 오름세를 진정시킬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2월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살아나자 방향을 아래로 틀었다.
지난 21일 달러 인덱스는 6거래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100 초반대로 낮아졌다.
연준 '3인자'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당연직 투표권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금리 인하에 무게를 싣는 발언을 한 여파가 컸다.
그는 "정책기조를 중립 범위에 더 가깝게 이동시키기 위해 가까운 시일 내(in the near term) 연방기금금리(FFR)의 목표 범위를 추가 조정할 수 있다고 여전히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12월 금리 인하 기대를 접고 있던 시장은 다시 인하 기대를 급격하게 키우기 시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FFR 선물시장은 연준이 내달 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을 약 70%로 보고 가격에 반영했다.
30%대였던 인하 확률이 대폭 상향 조정된 상황이다.
여전히 여러 연준 고위 관계자들이 12월 금리 인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지만 비둘기파 목소리가 시장에 반향을 일으키는 모양새다.
'왕비둘기' 스티브 마이런 연준 이사는 금리를 50bp 인하해야 한다는 '빅컷' 주장을 해왔는데 자신의 표가 결정적인 표가 된다면 25bp 인하에 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빅컷'을 고수했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서라도 금리 인하를 이뤄내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미국 연방 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여파로 주요 경제 지표를 확인할 수 없게 되자 연준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았으나 인하 주장이 부각되면서 인하 가능성도 열리고 있어 강달러에도 제동이 걸렸다.
간밤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에 들어있는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내년은 금리 인하의 해가 될 것이냐'는 질문에 "네"라고 답하며 내년은 블록버스터 성장의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화 약세 흐름도 주춤하고 있다.
마스 가즈유키 일본은행(BOJ) 정책심의위원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불을 지핀 결과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취임을 계기로 금리 인상 수순을 밟고 있던 일본은행의 정책 경로에 제동이 걸렸다는 평가가 중론이었다.
그러나 마스 위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금리 인상 결정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해 정부의 암묵적 압박에 통화 완화로 발걸음을 맞추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157엔을 넘어 158엔을 향해 오르던 달러-엔 환율이 156엔대로 레벨을 낮춘 것은 원화 강세, 즉 달러-원에도 하락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아울러 달러-원이 1,470원대에 진입한 데 따른 고점 경계감이 커진 상태다.
당국뿐 아니라 '큰손' 국민연금이 환 헤지에 나설만한 레벨에 가깝고 수출업체도 네고물량을 쏟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 상승 시도의 부담감 탓에 달러-원도 아래를 바라볼 가능성이 커졌다.
관건은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자 동향이다.
지난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보여준 대규모 매도세는 보기 드문 규모였다.
하루 순매도 규모가 2조8천억원을 웃돌았는데 비슷한 규모의 매도세를 찾기 위해서는 4년 반 이상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결국 11월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2조원을 넘겼다.
뉴욕증시가 반등해 코스피 반등도 기대할만한 상황이지만 외국인 이탈이 이어질 경우에는 커스터디 매수로 이어져 달러-원에 상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꾸준한 서학개미의 미국 주식 매수세도 달러-원 내리막의 걸림돌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한 주 동안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약 9억3천만달러, 1조3천억원 이상이다.
뉴욕증시가 요동치고 하락세를 보이는데도 나타난 매수 흐름으로 서학개미 동향도 유심히 봐야 한다.
한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시도가 다시 한번 이뤄지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 구상안을 두고 협상했다.
양측 모두 생산적인 협상이라는 입장이지만 종전으로 가는 길이 워낙 험난한 탓에 섣불리 낙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의지 하에 위험 선호 분위기를 자극할 만한 결과가 나온다면 달러-원 하락의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이날 일본 금융시장은 '근로자의 날'을 맞아 휴장한다.
미국 댈러스 연방준비은행은 이날 밤 11월 제조업 활동지수를 발표한다.
달러-원은 지난 22일 오전 2시에 끝난 야간 거래에서 정규장 종가 대비 4.10원 하락한 1,47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지난 22일 1,467.80원(MID)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2.20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475.60원) 대비 5.60원 하락한 셈이다. (경제부 시장팀 기자)
ywshin@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