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환율에도 '소방수 당국' 개입 어려운 이유는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외환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당국의 노력에도 달러-원 환율이 다시 1,470원 중후반대로 치솟으면서 당국이 환율의 불길을 잠재워줄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 종합(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지난 21일 정규장에서 1,476원까지 오르며 지난 4월 9일 연고점(1,487.60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하루 동안 2조8천억원 넘는 대규모 순매도를 내놓자 커스터디 매수세가 유입되며 환율의 상승 압력이 커졌다.
여기에 대만-달러 환율의 오름폭이 확대되면서 달러-원도 동조화된 흐름을 보였다.
야간 연장거래 시간대에는 한때 1,477.90원까지 뛰면서 상단을 더 열어뒀다.
시장 참가자들은 환율이 급격히 상승할 때보다는 잠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외환당국의 개입 여력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지난 14일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성 발언을 낸 뒤 며칠 만에 환율이 1,450원대에서 1,470원대로 급히 올랐다"며 "통상 환율이 강하게 오르는 구간에서는 흐름을 잠시 지켜보다가, 조용해졌을 때 반대로 때려야 끌어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 매수 쏠림이 누그러지는 시점에 (개입) 가능성이 있다"며 "당국도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같은 날 달러-엔 환율은 엔화 약세 포지션의 되돌림으로 157엔선을 하향 이탈했지만, 156엔대에서 하단 지지력을 보이면서 전반적인 약세 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당장 당국이 개입에 나서기엔 여건이 여의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원화의 프록시통화(대리 통화)로 분류되는 엔화의 약세 흐름이 꺾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사의 한 외환딜러는 "당국이 고환율에 대한 우려를 구두로 몇 번 언급해왔다"면서도 "지금 당국이 액션을 취할 수 없는 것은 달러-엔이 계속 위쪽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달러-엔이 160엔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극단적인 경우 한국은행이 실개입을 했다가 레벨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며 "한일 양국이 함께 공조하지 않는 이상 환율이 급히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한국과 일본의 재무장관은 작년 4월 16일(현지시간) 원화·엔화 가치 급락에 대해 공동 구두개입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이치 일본 재무상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를 계기로 만나 "급격한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양국이 재무 장관회의를 잇달아 개최하면서 가능했던 조치였다.
현재 양국 외환당국 수장이 통화가치 약세에 대해 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양국 재무장관의 회담이 활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동 '환율 소방수'로 등판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 정부는 지난 21일 21조3천억엔 규모의 포괄적 경기종합대책을 결정했다. 오는 28일까지 구체적인 추경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최소한 오는 28일까지는 환율 상단을 더 열어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한투자증권은 보고서에 "일본의 경기 부양 효과와 인플레이션 자극 가능성 등 엔화 상하방 요인이 공존하고 있는데, 오는 28일 추경 규모가 확정될 때까지는 하방 경직적인 흐름에 무게를 둔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증시도 조정을 받고 있고, 성장주 리스크 오프(위험회피)도 지속되는 등 비대칭적인 구조 속에 환율이 상승 방향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연고점이었던 1,480원대는 당연히 열려 있고, 1,500원도 시야에 들어와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달러인덱스 100선에서 수출업체들이 달러화를 매도할 생각이 별로 없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상단이) 더 열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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