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내년 가계대출 총량 더 줄어든다…페널티 받는 은행은
금감원, 내년 가계대출 경영계획 제출받아…증가율 2% 이내 설정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윤슬기 기자 = 내년 은행권의 가계대출 공급이 올해보다 더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에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는 가운데 은행들은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보다 낮은 2%포인트(p) 안팎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전성 관리 강화 기조 속에 정책자금 공급도 올해보다 축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내년 대출 한파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조만간 은행들로부터 내년도 연간 가계대출 경영계획을 제출받아 취합할 예정이다.
각 은행이 올해 말 가계대출 잔액 대비 내년에 얼마나 늘릴지 자체적으로 목표를 수립해 최고경영자(CEO) 확인을 받아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금감원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원칙에 따라 작년과 마찬가지로 'GDP 경상성장률 이내' 수준에서 가계대출 성장 목표를 잡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이 내년도 경영계획을 마련하는 시점이라 각 은행이 어느 정도 수준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내부적으로 상정하고 있는지 파악하려는 절차"라며 "은행들이 자체 추산한 계획을 기초로 내년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방향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 총량 목표는 내년도 경제성장률과 물가 전망 등 거시지표가 확정돼야 산출이 가능하다"며 "올해 목표 초과분에 대한 조정과 페널티는 연말 실적이 마감된 뒤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27일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실질 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인 1.8~1.9%로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수출과 내수 회복 흐름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타난 영향으로 이는 정부·한국개발연구원(KDI)·국제통화기금(IMF)의 1.8% 전망치와 글로벌 IB 평균치(1.9%)와도 유사한 수준이다.
금융권은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상향되더라도 가계대출 증가율 확대를 기대하긴 어려운 분위기로 보고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성장률이 소폭 오르더라도 절대 수준이 낮아 총량 관리의 틀은 바뀌지 않는다"며 "예전처럼 명목 3~4% 성장률을 전제로 넉넉하게 늘리던 시기와는 다르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된 만큼 내년도 가계대출 한도는 구조적으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도 내년도 계획안에서 가계대출 목표를 스스로 낮춰 제출하는 분위기다.
올해처럼 총량을 크게 늘릴 경우 내년 배정이 깎이고 검사 리스크까지 커질 수 있는 만큼 증가율 자체를 보수적으로 잡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또 6·27 대책 발표 당시처럼 부동산 규제 등과 맞물려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증가 목표액을 연초 설정했던 규모의 절반으로 급격히 줄여야 하는 돌발 상황이 내년에도 발생할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는 눈치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과분을 내년 총량에서 감액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어서 올해 많이 늘린 은행일수록 내년 한도가 더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미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이달 20일 기준 7조8천953억원으로, 금융당국이 설정한 올해 증가 한도 5조9천493억원을 32.7% 초과했다.
한 은행은 당초 목표보다 59.5%, 나머지 은행들도 39.0%, 30.1%, 9.3%씩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 창구 폐쇄는 내년 상황을 앞당겨 보여주는 것"이라며 "저성장·관리 강화·은행 보수화·페널티라는 네 가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2025년 가계대출 절벽은 올해보다 훨씬 더 가파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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