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온다…2026년에도 'AI·HBM' 화두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2026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역대급 공급 부족을 겪으며 본격적인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이 특정 영역을 넘어 전 산업 수요를 동반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라인 증설은 제한적인 상황이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은 2026년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는 본격적인 메모리 가격 상승 사이클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촉발한 공급제약이 범용 메모리로 확산하면서 D램, 낸드(NAND) 모두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가격 상승 흐름이 전개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설명이다.
◇ 메모리, 수요는 늘고·공급은 제약→가격 상승
메모리 시장의 수요는 데이터 증설 투자로 메모리 전반의 낙수 효과가 기대됐다.
신한투자증권의 김형태 수석연구원은 "내년은 AI가 주도하는 메모리 수요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반면 공급은 D램 시장은 수요 대비 1.4%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내년 D램 공급사들의 설비투자가 상향 조정되더라도 단기간에 설비 확대가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재고 확보 수요와 가격 인상이 정당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의 박유악 애널리스트는 내년 D램 산업의 공급 과잉률을 -3%로 예상했다. AI 중심의 전방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본 것이다.
특히 AI 전용 칩인 AISC향 HBM 수요 성장과 AI 서버용 D램 수요 성장으로 수요는 전년 대비 1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공급은 공간 제약과 HBM4 공정 전환 등으로 16%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 AI 시장 확대로 '서버, 가속기' 수요 급증
이러한 수요 증가를 이끄는 전방 산업은 서버를 중심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흥국증권의 손인준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내년 D램 수요가 올해보다 24%가량 증가하는 가운데 특히 서버 출하량은 올해보다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중 일반 서버는 8%가량 증가하고, AI 서버는 24%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추론 서비스의 확대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의 AI 서버 외에도 일반 서버의 수요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의 김형태 수석 연구원도 투자를 주도하는 빅테크 클라우드의 수익성 개선 등을 주목하며 지난 3년간 이어진 역대급 서버 투자에도 컴퓨팅 파워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내년 AI 가속기 생산량도 40%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HBM 수요가 전체 D램 수요의 1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반해 공급은 부족해 가격 프리미엄 구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 HBM 수요 증가…시장도 41% 성장 예상
차세대 AI클라우드인 네오클라우드 전략이 확산하면서 내년에는 ASIC 향 HBM 수요가 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말 생산되는 ASIC 제품부터 상위 버전 HBM으로의 세대교체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AI 학습용 ASIC는 전작 대비 HBM 탑재 용량이 평균 2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2025년 HBM 시장 규모는 450억달러를 초과해 전체 D램 시장 내 매출 점유율 30%를 돌파한 것으로 추정됐다. 2026년 HBM 시장은 650억달러로 41% 성장이 예상되며, 범용 D램 가격 상승에 따라 매출 점유율은 소폭 하락해 30% 내외로 추정됐다.
HBM 시장 내 고성능 칩에 대한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DS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제품별 HBM 비중은 HBM3e 이하 57%, HBM4 43%로 전망됐다. 그만큼 HBM4 시장 비중이 커진다는 의미다.
◇ 스마트폰에도 AI 적용·PC 수요는 제한적
내년 스마트폰 시장은 소폭의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의 D램 수요도 10%대의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특히 최근 몇년간 주요 플래그십 제품들에 AI 기능이 본격 장착되면서 고성능 메모리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 조사업체들은 내년 모바일 D램 평균 가격이 비트 기준 1.6%가량 하락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대당 D램 탑재 용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모바일 D램 수요도 완만한 상승세가 예상됐다.
PC 시장은 출하량 증가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윈도 10 서비스 종료에 따른 교체 수요가 지속해 발생할 수 있으나 관세 정책 등 거시 경제 불확실성으로 수요 성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흥국증권의 손인준 애널리스트는 "D램 가격 상승으로 인한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그에 따른 판매량 둔화에 가장 취약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PC 산업은 장기적인 단위당 출하량 둔화, 콘텐츠 저성장 등으로 인해 D램 시장 내 비중이 지속 축소되어 왔으며 내년엔 처음으로 10% 미만인 8%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낸드 수요도 20%↑…eSSD 전환 급등
낸드 수요는 데이터센터의 eSSD 수요 확대가 가격 상승을 이끄는 구조다.
빅테크들의 스토리지 수요 확대에도 HDD의 공급은 부족해 결국 eSSD로의 수요 이동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신한투자증권의 김형태 수석연구원은 "길어진 HDD 리드타임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은 eSSD 주문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라며 "중기적 관점에서 제한적인 인프라 공간의 효율화를 위해 랙당 고용량 QLC SSD 탑재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HDD 업체들이 증설에 소극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eSSD 업황은 내년 내내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내년 eSSD 출하량은 10%가량 증가하고, 수요 역시 회복세를 보여 수요가 공급을 5.1% 상회할 것으로 예상돼 가격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흥국증권의 손인준 애널리스트도 내년 낸드 수요는 22%가량 증가하고, 이중 eSSD 수요가 올해는 36%, 내년에는 56% 급증하며, 전세 낸드 시장 수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내년 반도체 시장은 서버·HBM 중심의 폭발적 수요 증가와 물리적 케파 제약이 동시에 맞물린 상태에서 메모리 전 제품군 가격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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