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우의 외환분석] 수급의 무게감
(서울=연합인포맥스) 25일 달러-원 환율은 1,470원 중반대에서 출발할 전망이다.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매수 우위 수급이 달러-원을 꾸준히 밀어 올리는 형국이다.
수출업체 네고물량은 높아진 눈높이에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지만 수입업체 결제나 해외 투자 환전 수요는 적극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여기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팔고 나가다 보니 커스터디 매수로 이어져 달러-원은 상단을 계속해서 높여가는 모양새다.
전날 강달러, 엔화 약세 흐름이 잠시 주춤했는데도 수급 불균형은 이런 대외 여건을 뚫고 달러-원을 위로 이끌었다.
이런 상황이 당장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 점은 시장 참가자들을 계속해서 상단을 바라보게 한다.
글로벌 달러화도 여전히 높고 엔화 역시 낮아진 레벨을 유지하고 있어 달러-원에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 인덱스가 100을 웃도는 가운데 달러-엔 환율은 157엔을 넘나들어 달러-원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다만, 1,480원선을 단기 고점으로 인식하는 분위기여서 상승 시도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롱 심리를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은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외환시장 영향을 점검하기 위한 협의체로 향후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모두 달성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외환당국과 국민연금의 공조 체제가 본격화하면서 통화스와프 연장 및 확대, 환 헤지 등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모양새다.
앞서 계엄 사태 이후 고환율 국면에서도 국민연금의 움직임에 달러-원이 하향 안정화한 바 있어 시장은 그 위력을 알고 있다.
4차 협의체가 이제 막 출범한 만큼 당장 국민연금이 '액션'을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상단 지지력은 한층 더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달러-원 추가 상승 가능성을 작게 만든다.
앞서 연준 3인자인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가까운 시일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12월 금리 인하를 기대하게 하는 연준 고위 관계자 목소리가 또다시 전해졌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전날 미국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이 약한 상황에선 인플레이션이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내달 금리 인하를 지지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한 외신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이 급격하게 악화할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금리 인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댈러스 연은은 텍사스 지역의 제조업 업황이 4개월 연속 위축 흐름을 이어갔다고 발표했다. 모두 미국의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연준의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82.9%로 보고 가격에 반영했다.
글로벌 달러화가 이에 부합할만한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내림세를 기대해볼 만한 변화다.
국내 증시에서의 외국인 동향은 유심히 살펴야 하는 재료다.
간밤 뉴욕증시가 기술주 중심으로 가파르게 뛴 것은 코스피 반등과 외국인 매수를 기대하게 한다.
전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가 각각 0.44%와 1.55% 올랐고, 나스닥종합지수는 2.69% 뛰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지난 2거래일 동안 무려 3조6천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는데 이런 추세가 반전된다면 달러-원이 하락하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
이날 밤 주목할 미국 경제 지표가 잇달아 나온다.
ADP의 주간 민간고용 예비치와 9월 소매판매, 같은달 생산자물가지수(PPI), 콘퍼런스보드(CB)의 11월 소비자신뢰지수, 10월 잠정주택판매, 9월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쏟아지는 지표가 연준 정책 경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달러-원은 이날 오전 2시에 끝난 야간 거래에서 정규장 종가 대비 0.60원 하락한 1,47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 1개월물은 이날 1,472.80원(MID)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포인트(-2.15원)를 고려하면 전장 서울외환시장 현물환 종가(1,477.10원) 대비 2.15원 내린 셈이다. (경제부 시장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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