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인베, 배당 아껴서 투자하자"…장기투자자 얼라인의 '성장' 제안
배당성향 100% 육박…현금으로는 GP출자 늘려야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행동주의 펀드가 피투자기업에 '배당 축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스틱인베스트먼트에 배당을 줄이고 자본의 효율적 재배치를 통한 성장을 제안하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은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사회에 발송한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목표 달성 시점까지 배당을 최소화하고, 잉여 재원을 운용사(GP) 출자 확대에 우선 배분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이창환 얼라인 대표가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KKR(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 출신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글로벌 톱티어 PEF의 성장 생리를 내부에서 체득해 국내 토종 PEF에 '글로벌 스탠다드'를 접목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배당성향 100% 육박…"성장 재원 소진 말고 AUM 키워야"
얼라인이 요구하는 방향은 당장의 '고배당'이 아닌 '고성장'이다.
이는 스틱인베스트먼트의 저조한 자본 효율성에 기인한다.
얼라인 분석에 따르면 스틱인베스트먼트는 10조 원이 넘는 운용자산(AUM)을 보유한 대형 하우스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12개월 기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0.3% 수준에 그치고 있다.
얼라인은 이 같은 비효율의 원인으로 소극적인 자본 운용을 지목했다.
글로벌 사모펀드(PE) 운용사들이 자기자본에 차입까지 활용해 자사 펀드에 적극적으로 출자(GP Commitment)함으로써 자산을 증식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글로벌 동종 기업의 순금융자산 대비 레버리지 비율은 평균 4.2배에 달하나, 스틱인베스트먼트는 1.2배 수준으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고수하고 있다.
얼라인은 "운용사가 자기자본을 펀드에 과감히 태울수록 국민연금 등 대형 출자자(LP)의 신뢰도가 제고된다"면서 "이는 펀드 결성 규모 확대와 AUM 증가로 직결되며 결과적으로 고정적인 관리보수(Fee-Related Earnings) 수익이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고 분석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20년 주당 90원이었던 배당금을 지난해 250원까지 매년 늘려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순이익의 97%를 배당으로 지급하며 사실상 벌어들인 돈의 대부분을 주주 환원에 썼다. 얼라인은 이처럼 성장 재원으로 쓰여야 할 현금이 배당으로 소진되는 것을 멈추고 AUM 확대에 재투자해야 기업가치가 오른다고 강조했다.
◇자사주 소각의 본질…주가 부양 아닌 '거버넌스 리스크' 해소
대규모 자사주에 대한 소각 요구 역시 단순한 주당순이익(EPS) 제고 차원이 아니다. 얼라인은 이를 지배구조 정상화를 위한 필수 선결 과제로 봤다.
현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자사주는 경영권 분쟁 시 지배주주의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회사가 자사주를 제3자(백기사)에게 처분해 의결권을 부활시키면 사실상 지배주주의 우호 지분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라인은 이러한 불확실성이 '거버넌스 리스크'로 작용해 주가 저평가(디스카운트)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지배주주의 '사적 안전장치'를 제거해 일반 주주와의 이해 상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얼라인은 모든 자사주의 소각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차세대 경영진 승계와 임직원 동기부여를 위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재원은 남겨둘 것을 제안했다. 무조건적인 소각보다는 우수 인재 확보가 회사의 장기 성장에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스틱인베는 지난 21일 RSU 도입을 공시하며 이에 일부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얼라인은 "핵심 임직원 주식보상 방향성에는 공감하나 구체적인 지급 대상과 조건이 주주들에게 소통되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얼라인은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사회에 오는 2026년 1월 19일까지 이 같은 제안들을 반영한 구체적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
kslee2@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