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저평가 해소의 정석…SK스퀘어가 보여준 해법
자본비용 인식하고 할인율 높을 때 자사주 적극 매입
김정규 사장 "투자 수익성 기준 따라 최적 자본배분"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SK스퀘어[402340]가 고질적인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모범 답안을 제시하며 자본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명확한 목표 설정과 효과적인 실행 계획이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25일 SK스퀘어에 따르면 회사의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은 작년 말 65.8%에서 올해 3분기 말 52.9%로 감소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SK스퀘어의 NAV 할인율은 국내 지주사 평균(62%)을 웃돌았는데, 올해는 평균(56%) 이하로 내려갔다.
기업이 보유한 순자산가치에 비해 시장에서 주가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 NAV 할인율이 올라간다. NAV 할인율이 하락했다는 의미는 가치 괴리가 해소되고 있다는 뜻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봐도 SK스퀘어의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SK스퀘어의 PBR은 작년 0.6배에서 올해 3분기 말 1.1배로 증가했는데, 코스피200 평균과 같아졌고 국내 지주사 평균(0.7배)을 상회했다.
이 같은 성과는 SK스퀘어가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의 결과로 분석됐다.
SK스퀘어는 작년 11월 국내 기업 최초로 NAV 할인율(2027년까지 50% 이하) 목표를 제시한 뒤 이를 경영진 보상과 연동했다. 또 자기자본비용(COE)을 13~14%로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초과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실현하겠다고 했으며, 2027년까지 1배 이상의 PBR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NAV 할인율이 높은 상황에서는 저평가된 자사주를 매입·소각해 주당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까지 내놨다.
발표 당시에도 SK스퀘어의 밸류업 계획은 긍정적 반응을 끌어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논평에서 "자기자본비용을 인식한 것이 놀랍다"며 "이사회가 작년부터 NAV 할인율을 고려한 자본 배치 정책을 수립해 실행하고, 이를 경영진 핵심성과지표(KPI) 및 보상과 연계시킨 것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SK스퀘어에 주주 관여를 이어오던 영국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도 "포트폴리오 최적화와 환원에 초점을 둔 자본 배분, 그리고 주주가치 창출 계획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줬다"며 호평했다.
SK스퀘어는 지난해 발행주식총수의 5%가 넘는 자사주를 매입해 대부분을 소각했다. 올해도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NAV 할인율이 높을 때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주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다. 투자 프로젝트와 달리 수익률의 확실성도 보장된다.
성과를 인정받아 한명진 SK스퀘어 사장은 취임 1년여 만인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SK텔레콤[017670] MNO(통신) CIC(사내독립기업) 사장으로 영전했다. SK스퀘어 사령탑으로는 최태원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정규 SK㈜ 비서실장이 선임됐다.
여기에 더해 핵심 자회사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 급등이 모회사 SK스퀘어의 저평가 해소에 기여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호황이 이어지며 SK하이닉스 주가는 올해에만 200% 상승했다. SK스퀘어는 250% 넘게 오르며 상승 폭이 더욱 가팔랐는데, 'SK하이닉스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SK스퀘어에 투자자의 매수세가 더 많이 몰린 영향으로 풀이됐다.
SK스퀘어는 전날 '2028년까지 NAV 할인율 30% 이하'라는 한층 공격적인 목표를 새로 제시했다. 김정규 SK스퀘어 사장은 "앞으로도 투자 수익성을 고려한 명확한 기준에 따라 신규 투자와 주주환원에 최적의 자본 배분을 이행하겠다"고 말했다.
h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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