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불똥 튄 에너지 공기업] 13조 공룡 한전의 시장 주시

2025-11-25     이재헌 기자

약 두 달 만에 금리 50bp 올라 이자 비용 추가 부담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매파 발언으로 촉발된 금리 급등에, 국내 에너지 공기업들의 이자 비용 부담이 본격화했다. 단기 채권 시장의 최대 큰 손인 한국전력[015760]도 매달 돌아오는 수조원의 차환 물량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고환율 등과 맞물려 당분간 변동성에 대한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진단됐다.

25일 연합인포맥스 CP(기업어음)·전자단기사채 통합통계(화면번호 4717)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전일 기준 CP 및 전단채 총잔액은 13조3천6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발행사 중 1위다. 2위와 잔액이 두 배가량 차이가 날 만큼 상대적으로 단기 회사채 시장에서는 공룡으로 인식된다. 그만큼 한전의 발행과 상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방증이다.

한전의 CP 및 전단채의 만기는 짧게는 25일부터 길게는 90일대 후반이다. 같은 발행일이라도 수백억원 단위로 쪼개서 발행해 디테일하게 자금 소요와 상환 스케줄을 관리하는 편이다. 한전법에 따라 설립된 한전은 국가 신용등급과 동일한 신용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자금 수요·공급처 역할을 한다.

시장에서 최우량 기관으로 인정받는 한전이 최근 금리 급등세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지난 9월까지만 해도 CP와 전단채 발행 금리가 2.5%대 후반에서 형성됐다. 이러한 모습은 10월까지도 이어졌다.

한전 3개월물 CP 및 전단채 발행일 거래금리
[출처: 연합인포맥스]

이달 들어 점진적으로 금리가 오르더니 중순을 지나면서 기어코 3개월물이 3%대를 찍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방향 전환'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순식간에 단기자금을 조달하는데 최대 50bp에 달하는 이자 비용을 더 물게 됐다. 11월에 이미 6조원이나 발행했기에 수십억원의 추가 부담을 떠안았다.

한전은 내달과 신년 1월에 4조원가량의 만기가 각각 대기 중이다. 현금 유출입 구조상 모두 상환할 수는 없다. 상당 부분 차환을 통한 만기 연장이 필수다. 지금과 같은 3%대 금리가 지속하는 상황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아 막대한 부채를 국민 대신 떠안은 한전이다. 강도 높은 자구 노력으로 재무 건전성 개선에 매진하고 있다. 시장 상황은 한전이 직접 관리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사후 대응이 중요하다. 향후 조달 계획도 마찬가지다.

한전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맞춰 단기 채권 발행 시기 및 규모를 탄력적으로 대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율 고공행진까지 엮여 셈법이 복잡하다고 시장참가자들은 진단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인하 기조가 끝난 것이 아니어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나서기가 어려운데, 피벗 얘기까지 나와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며 "환율과 집값이 높아 당분간 낮은 금리를 유도하기가 곤란하다면, 한전과 같은 대형 기관들의 수급이 참가자들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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