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게 꼬인 서울환시 수급…'外人 주식매도≠달러-원 상승'

2025-11-25     김지연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최근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역대급 주식 매도 물량을 쏟아냈지만, 과거와 달리 반드시 달러-원 환율의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끈다.

최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움직임이 복잡하게 얽힌 수급 요인에 따라 변동하는 경우가 많아 과거처럼 외국인이 주식을 팔면 달러-원이 상승하는 통상의 상관관계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25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일별 거래종합(화면번호 2150)에 따르면 이달 들어 달러-원 환율은 정규장 종가 기준 지난 3일(1,428.80원)부터 지난 24일(1,477.10원)까지 48.30원(3.3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연합인포맥스 매매추이(화면번호 3302)에 따르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13조원어치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남은 3거래일간 주식 순매도 추세가 이어질 경우, 월간 기준 역대 최대 외국인 순매도 기록을 쓰게 된다.

달러-원 일별 거래종합(왼쪽)과 매매추이

눈여겨볼 부분은 최근 환율의 흐름과 외국인의 수급이 여러 차례 엇갈린 점이다.

통상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을 매도하면, 이는 커스터디 달러 매수로 이어져 환율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달 중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순매수를 보인 지난 11일과 13일, 17일에 달러-원은 모두 상승했다.

반대로 정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하락했던 지난 6일, 10일, 14일에는 모두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가 있었다.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지난 21일의 경우 외국인이 장중 2조원 넘게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환율은 보합권 흐름을 나타냈다"면서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환율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환율 상승으로 직결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환전 방식의 변화를 지목한다.

외환시장의 한 전문가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매입할 때 이미 환헤지를 한 경우도 있다"며 "처음부터 포워드 거래를 설정해 들어온 자금은 매도 시점에 현물 달러 수요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주식 매입 시 선물환·FX스와프 등 파생상품을 활용한 환헤지·환전 전략을 병행하는 경우가 있어 달러 수요가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현물환 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즉시 확대되지 않아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

또한 외국인이 주식을 매도한 뒤 해당 자금을 국내 채권·머니마켓펀드(MMF) 등 원화 자산에 단기적으로 재배치하는 경우도 있어, 환율과의 연계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이달에는 외국인 수급 외 다양한 변수가 환율을 움직였다.

대표적으로 ▲거주자의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달러 수요 증가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보류 ▲기업 대미투자 ▲글로벌 엔화 약세에 연동된 원화 약세 압력 ▲외환시장 롱 포지션의 누적 등 요인이 달러-원을 강하게 밀어올렸다.

여기에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성 발언도 달러-원의 변동성을 높이면서, 이달 환율과 외국인 수급의 상관관계가 다소 꼬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위험회피 심리 속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흐름이 재차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로 쌓인 커스터디 자금이 달러로 대거 환전될 경우, 환율의 상방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고 관측했다.

SK증권은 지난주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반도체 업종에 집중됐다며, "원화 약세 국면에서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마저 꺾인다면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는 공식처럼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AI버블론 관련 우려의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jy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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