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충격] '수출 효자' 반도체도 대미 투자 부담 증가
환 변동 따른 영향 '제한적'…장비·원자재 수입이 환차익 상쇄
美 현지 공장 투자비 급증…환 헤지로 리스크 최소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유수진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500원에 임박하며 수출기업에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계의 표정이 마냥 밝지는 않다.
지금과 같은 고환율이 계속될 경우 해외에서 들여오는 장비와 원자재 등의 가격이 같이 오르는 데다, 미국 현지 투자에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거나 지을 예정이다.
2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환율 흐름을 모니터링하며 사업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있다.
해외 매출이 큰 사업 특성상 일상적으로 하는 업무지만, 최근 환율이 1,500원 직전 수준까지 급등하며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본적으로 반도체 사업은 환율 변동에 따른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 의견이다.
반도체는 대부분 수출돼 해외에서 매출이 발생하고, 거래 자체가 달러로 이뤄져 환율이 오를 경우 유리하다. 환차 이익이 발생해 원화 매출을 끌어올린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호재는 아니다. 장비나 원자재 등 수입품의 가격이 같이 올라 환 상승에 따른 긍정 효과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매출과 매입을 종합하면 환차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지만, 전체 손익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환율 상승'이 '수출기업 호재'로 인식되는 시절은 진작 끝났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 특성상 고환율이 플러스가 되기도 하고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며 "사업 현황에 따라 판매가 위주인 달에는 긍정적이지만, 반대로 투자 집행이 많을 땐 부정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제로섬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특히 양사 모두 현재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거나 조만간 착공 예정이라 지금과 같은 고환율 기조가 이어질 경우 투자비가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 등을 고려, 서둘러 현지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기업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를 들여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율주행 전기차에 탑재할 인공지능(AI)6 칩 제조를 맡겼다고 밝힌 공장이다. 내년 말 가동이 목표다.
SK하이닉스도 39억 달러를 투입해 인디애나주에 패키징 공장을 건설한다.
이들은 환율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자 환 헤지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통화별 자산과 부채 규모를 비슷하게 유지해 환율 변동의 영향을 줄인다. 통화선도 계약도 약 6천건 가까이(작년 기준) 체결했다. 지난해의 경우 환율이 5% 변동할 때 당기손익이 3천653억원 늘거나 줄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 역시 통화 스와프 계약과 통화 이자율스와프 계약 등으로 환 위험에 대비한다. 지난해엔 달러-원 환율 5% 변동 시 3천905억원의 영향이 있었던 걸로 집계됐다.
가전업계도 사정이 비슷하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지만, 부품과 소재 등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고환율에 따른 비용 상승 압박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는 삼성전자와 LG전자[066570] 같은 가전기업들이 글로벌 생산 거점 확대에 나서는 하나의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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