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충격] 美 투자 정점 지나 다행…숨 돌린 韓 배터리
셀 3사, 美 현지 투자 피크아웃으로 "부담 완화"
배터리 매출 대부분 해외서 발생해 재무성과에 플러스
(서울=연합인포맥스) 김학성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를 위협할 정도로 치솟은 가운데 한국 배터리 업계는 대규모 미국 투자가 일단락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 배터리 셀 3사는 미국 현지 생산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매년 수조 원의 시설투자를 진행해 왔는데,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이들은 이미 효율화 기조로 전환한 상태다.
26일 LG에너지솔루션[373220]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올해 3분기까지 집행한 시설투자 규모는 8조원이었다. 작년 1~9월 9조3천억원을 지출했던 것과 비교하면 14% 줄었다.
SK온의 올해 3분기 누적 유형자산 취득금액은 3조2천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8천억원) 대비 절반 이하로 축소됐다.
삼성SDI[006400]도 같은 기간 유형자산 취득금액을 4조1천억원에서 2조4천억원으로 40% 넘게 감축했다.
이처럼 국내 배터리 셀 3사가 해외 투자 정점을 지나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최근 고공행진 중인 환율의 직격탄을 피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모두 미국을 중심으로 설비를 확장하고 있는데, 현재와 같이 원화가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금을 지출해야 했다면 재무 부담이 더욱 늘어날 위험이 있었다.
지난 6월 1,347원까지 하락했던 달러-원 환율은 꾸준히 올라 전날 1,472원에 정규장 거래를 마쳤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투자는 달러화로 집행하는데, 지금도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고환율이 많이 부담됐을 것"이라며 "이제 설비투자가 피크아웃(정점을 지나 하락으로 전환)하는 추세니 그런 부담은 어느 정도 완화됐다"고 말했다.
달러-원 환율 상승이 배터리 업계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측면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회사의 달러화 표시 화폐성 자산과 부채는 각각 3조5천억원, 8조9천억원으로 부채가 자산을 두 배 이상 초과했다. 이 때문에 달러-원 환율이 10% 오르면(원화 약세) 세전손익은 5천345억원 감소하는 것으로 회사는 분석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달러화 표시 차입금 전액에 대해 통화선도와 통화스와프 계약으로 위험을 회피(헤지)하고 있다면서 달러-원 환율 10% 상승 시 오히려 세전손익이 2천367억원의 증가한다고 밝혔다. 제품 매출이 대부분 해외에서 발생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로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당초 추정보다 실제 달러-원 환율이 높았다는 이유로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 추정치를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SK온과 삼성SDI도 달러-원 환율 상승이 회사의 손익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내 배터리 기업의 손익을 지탱해 온 미국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가 달러화를 기준으로 지급된다는 점도 고려사항이다.
증권사의 배터리 담당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 배터리 완제품 매출액은 증가하지만, 해외에서 광물을 조달하는 소재 기업들의 비용 부담도 커지기 때문에 효과가 상쇄된다"며 "전반적 영향은 긍정적이나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이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이 손익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면서 "복합적인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hskim@yna.co.kr
<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