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충격] 건설사 원가 부담 불가피…해외건설엔 호재도
(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주동일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500원 선을 위협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건설업계의 수익성을 옥죄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은 토목과 건설의 기초가 되는 원자재 수입 가격을 밀어 올리며, 건설사들의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해외 건설 비중이 높은 건설사의 경우 일부 수혜도 예상됐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 현장의 기초가 되는 시멘트와 철근 가격은 환율 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멘트 제조 원가의 약 30~40%를 차지하는 유연탄이 대표적이다. 국내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달러-원 환율이 오르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원자재를 수입하는 건설사 몫이다.
아울러 철근과 마감재 등 대부분의 수입 원자재에 대한 가격 부담은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늘어난다.
특히 수입의존도가 50%가 넘는(표 참고) 타일, 도기, 밸브, 대리석, 목재 등 훨씬 더 가파르게 비싸질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이번 달 집계해 발표한 지난 9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1.66으로 전월대비 0.57% 오르며 통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건설사들의 핵심 수익성 지표라 할 수 있는 매출원가율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원자재비, 인건비 등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한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달러-원 환율의 상승은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은 물론 외국인 노동자 등 달러를 기반으로 한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경우도 많아 힘들다"고 말했다.
현재 환율 수준이 그대로 유지되거나 상승할 경우 국내 대형건설사들 대부분이 올해 말을 기점으로 매출원가율 수준이 90%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현대건설[000720]이 매출원가율 95%를 기록했고 대우건설[047040] 도 91% 수준을 보였다. 삼성물산[028260]과 DL이앤씨[375500], GS건설[006360] 등은 80% 후반의 매출원가율을 나타냈다.
다만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 해외 매출 비중이 40%를 넘어서는 대형 건설사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달러로 계약하는 특성상 순이익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큰 현대건설의 경우 달러의 롱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원화에 비해 달러 가치가 10% 오르면 당기순이익이 1천588억원 가량 비례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은 그만큼 달러를 통한 순이익 증가율이 향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환율의 지속적인 상승은 연관돼 있는 다른 산업의 이차비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건설사에는 부담이다.
외화부채가 많은 건설사의 경우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건설업의 경우 환율이 지속해 상승하면 건설 이외 타 산업의 비용 상승으로 인한 2차 영향이 큰 업종으로 볼 수 있다"며 "환율 상승 기간이 길어질수록 간접적인 비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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