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충격] 쑥대밭 된 항공업계…업계 맏형도 수백억 손실 위험

2025-11-26     한종화 기자

대한항공 전세기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진에어와 대한항공 여객기
[출처 :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종화 기자 = 달러-원 환율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인 1천470원대에 계속 머물면서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항공업계가 대규모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업계의 맏형인 대한항공[003490]마저 수백억 원의 평가 손실이 예상되는 등, 업계 전체가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아 쑥대밭이 될 분위기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 보고서에서 달러-원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순외화부채 포지션에서 480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고 공시했다.

현금 흐름 측면에서도 대한항공의 연간 달러 부족 규모는 16억달러(2조3천456억원)로,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 160억원씩 현금 흐름이 요동친다.

달러-원 환율이 작년 평균 1,366.63원에서 최근 1,470원대까지 100원 넘게 오른 것을 고려하면 대한항공의 평가손실이 수천억원대까지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3분기 대한항공은 1천752억원의 외화환산차손실을 냈고, 파생상품 수익으로 이를 일부 만회했다.

다만 외화평가손실은 장부상의 손실로, 손실이 실현되기 이전까지는 환율이 다시 하락하기를 기다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러나 환율 상승에 따른 영업 비용의 증가는 곧바로 대한항공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는 직격탄이다.

NH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별도 기준 대한항공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11.8%에서 올해는 9.3%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공항사용료, 감가상각비, 유류비 등 환율의 영향을 받는 비용 항목이 일제히 불어나기 때문이다. 통상 항공사의 비용 중 달러에 대한 노출도는 50% 이상이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항공사의 영업비용 중 유류비, 정비비, 공항관련비 등 환율에 노출된 비용이 많다"며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비용 부담은 추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글로벌 항공유 가격은 하락했지만 환율 상승은 유가 하락 효과마저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항공유 가격은 작년에는 배럴당 평균 95.3달러였는데 올해는 86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전년 대비 9.5% 하락했다. 그러나 환율이 7~8% 가량 오르면서 유가의 하락 효과는 대부분 사라졌다.

환율 상승은 직접적인 비용 압박뿐만 아니라 해외여행 수요의 감소로도 이어진다. 그 결과 항공사들은 매출과 비용, 장부상 순외화부채 포지션 등 고환율의 타격을 이중·삼중으로 받는다.

항공 업계 대표 주자인 대한항공은 그나마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수준에서 버틸 수 있다. 그러나 체력이 약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일제히 적자를 나타내는 등 고환율 충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3분기 고환율과 과잉 공급의 압박 때문에 제주항공[089590]은 550억원, 티웨이항공[091810]은 955억원의 손실을 냈다.

대한항공의 계열사인 진에어[272450]는 225억원, 에어부산[298690]은 285억원의 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달러-원 환율이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예상하지 못했던 구간에 머물고 있다"며 "전례 없는 수준의 환율로 사실상 난리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j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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