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충격] 원가 부담과 환차익 사이 놓인 제약·바이오
제약사, 원가 부담 커져…기술 수출료 등은 기회
해외 수주·수출 비중 큰 대형 바이오기업엔 호재
(서울=연합인포맥스) 정필중 기자 = 최근 달러-원 환율이 1,470원대를 돌파하면서 제약·바이오업계 내 기업 간 희비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고환율에 따른 원료 수입 부담이 전반적으로 커진 와중에 기술 수출료나 일부 제품의 수출 등으로 이를 만회하려는 곳들도 더러 있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 바이오 기업들은 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이 커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원가 부담 커진 제약사…일부 품목 수출·기술료로 기회 엿봐
26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거래 종합(화면번호 2110)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일 종가 기준 1,472.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0.32% 내렸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12일 장중 1,470원 선을 돌파한 후 고공행진 중이다.
환율이 오르면서 제약업계 고민도 덩달아 커졌다. 원료 부담이 그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5.6%에 불과했다. 원료의약품 수입 의존도가 큰 탓에 고환율은 원가 인상으로 직결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달러-원 환율이 급등했던 지난 1월 "상대적으로 저렴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인도산 원료의약품의 구매도 달러로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환율 상승 시 원가 상승으로 직결"된다고 짚었다.
여기에 글로벌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곳들은 비용을 달러로 지불해 부담이 가중된다. 외화 부채 규모 등도 이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 유한양행[000100]은 외화에 대한 원화 가치가 10% 하락할 때 분기 손익이 64억9천442만 원가량 감소한다고 밝혔다.
종근당[185750] 역시 달러 기준으로 원화환율이 10% 변할 경우 법인세비용 차감 전 순손익상 10억7천957만 원가량 변동된다. 3분기 누적 매출 1조2천656억 원 중 1조2천54억 원이 내수에서 비롯될 정도로 내수 비중이 큰 곳이다.
다른 부분에서 그 부담을 상쇄하고자 기회를 엿보는 곳도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의 단계별 마일스톤(기술료) 달성으로 4천500만 달러를 수령한다고 공시했다. 얀센 바이오테크 항암 치료제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중국 상업화가 개시됐기 때문이다. 달러로 수령해 고환율에 따른 이익을 누릴 수 있다.
대웅제약[069620] 역시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수출 규모가 커 고환율 수혜를 일부 입는다. 나보타의 작년 연간 매출액은 1천864억 원인데, 이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4%다. 지난해 대웅제약의 총매출액은 1조4천226억 원이었다.
◇킹달러에 환차익 누려…수혜 입는 대형 바이오기업들
대형 바이오 기업들은 고환율 수혜를 톡톡히 입는 곳으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경우 올해 3분기 기준 달러-원 환율이 10% 상승할 때 1천38억 원의 세전손익이 증가한다.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의약품 생산을 수탁받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이기에, 대금을 달러로 받아 고환율일수록 유리하다. 3분기 기준 최소구매물량 기준 수주잔고는 102억 달러에 달했다.
셀트리온[068270] 또한 해외 매출 비중이 커 고환율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는 기업 중 하나다.
셀트리온은 지난 3분기 기준 연결기준 매출액 1조260억 원, 영업이익 3천10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거뒀다.
셀트리온의 3분기 누적 매출 총계는 2조8천323억 원으로, 이 중 해외 비중은 2조5천445억 원이다.
현대차증권은 셀트리온의 이번 실적을 두고 "30% 수준의 매출원가율 회복과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환 차익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고환율 기조 역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한·미 금리 역전, 국내 유동성 증가에 이어 대미 투자 확대 계획 등으로 당분간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단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기업 간 실적 격차는 확대할 여지가 있다.
이달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년 실적을 두고 "2026년부터는 온전히 이익이 다 반영되는 첫해로 4공장 풀가동에 따른 레버리지 및 고환율 효과가 지속돼 연간 40%대의 영업이익률 시현이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joongj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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