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충격] 사업 뜯어고치는 중인데…안정 바라는 철강·석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정필중 기자 = 대한민국 산업화 태동기부터 경제 중심 역할을 한 철강과 석유화학에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자원 빈국이라 원재료 수입이 꾸준한데, 이를 결제할 달러를 구하는 대가가 비싸졌다. 사업 재편과 고부가가치를 위한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라 환율 안정성이 확보되길 업계는 바랐다.
◇ 고환율에 달러 포지션 중요해진 철강·석화
26일 연합인포맥스 발행사별 회사채 발행 만기 통계(화면번호 4290)에 따르면, LG화학[051910]은 전일 기준 3조668억원의 KP(외화표시채권) 잔액을 보유했다. 한화솔루션[009830]은 8천869억원의 KP 잔액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011170]은 3분기 분기보고서를 통해 5조3천937억원의 장단기 외화차입금을 기재했다. 금호석유화학[011780]은 1천290억원의 외화 단기차입금을 적었다.
이처럼 석화 업계가 외화를 꾸준히 조달하는 이유는 사업 구조상 원재료 확보와 각종 투자를 위해서다. 이에 대한 결제통화는 기축통화인 달러가 주로 쓰인다. 원화 가치 하락은 제조 원가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해외에 수출을 적극적으로 하거나, 매출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로 고환율 우려를 누그러뜨릴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의 공급 과잉에 밀려 수요처를 찾기 쉽지 않다.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범용 제품군에서는 국내 석화기업들이 가격으로 이길 수 없는 형국으로 분석된다.
철강도 사업 환경이 유사하다. 철광석과 제철용 원료탄을 수입에 의존한다. 포스코[005490]는 다양한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해 달러 결제를 해외 매출로 상쇄하는 내추럴 헤지를 활용하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철강 기업들은 그럴만한 사정이 못 된다. 중국 저가 공세와 국내 경기침체라는 악재도 가시지 않았다.
철강과 석화 모두 수출을 통한 고환율의 이점을 누리기에는 중국이라는 걸림돌이 너무 강력하다. 공급 과잉으로 제품 가격은 바닥인데, 원재료 도입 단가만 치솟는 스프레드(마진) 축소의 늪에 빠졌기 때문이다.
◇ 경쟁력 키울 고부가 전환 등 대규모 투자 '전전긍긍'
산업의 '쌀'로 불리는 철강과 석화는 '고부가'를 입히는 과정 중에 있기에 원화 약세가 더 뼈아픈 상황으로 판단됐다.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길이다.
철강 업계는 자동차, 조선, 가전 등 전방 산업의 고급화 수요에 맞춰 '슈퍼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고효율 전기강판, 저탄소 강재, 해양 플랜트용 특수 후판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석화 부문은 고기능성 스페셜티 소재 비중을 대폭 늘리는 방향을 잡았다.
철강과 석화 업계 모두 해외와 연구개발(R&D) 등 다양한 투자를 검토 중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함께하는 사업 재편까지 과제가 산적했다. 계획 구상과 실행의 '골든타임'이 중요하다.
그만큼 환율 안정세가 중요하다고 업계에서는 입을 모았다. 각종 투자에 조단위 자금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이 걱정거리로 지목됐다. 예측 가능한 경제 환경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에 따른 손실은 원재료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에 대한 외화 부채까지 겹쳐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며 "환율 민감도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때문에 환율로 손해 본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는 곤란하다"며 "기업들이 환헤지 전략을 키우고 수입선을 다변화해 통화를 다양화하는 부분도 필요하겠지만, 변동성이 너무 크면 준비할 기간이 부족해 그냥 당하고 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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