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의 아버지' 김두남, 삼성운용 부사장 승진…ETF '초격차' 이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규선 기자 =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을 개척하고 성장을 이끌어 온 'ETF 1세대'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상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자산운용의 ETF 브랜드 'KODEX'를 명실상부한 업계 1위로 올려놓은 주역이자 아시아 최초로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상장시키며 '레버리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가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서 삼성자산운용의 시장 지배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자산운용은 26일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고 김두남 고객마케팅부문장을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고 밝혔다.
◇'금융공학도'에서 'ETF의 아버지'로…시장 판도 바꾼 승부사
신임 김두남 부사장은 1971년생으로 강릉고와 고려대 일어일문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금융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퀀트 전문가다.
1997년 LG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2004년 삼성자산운용 인덱스운용팀에 합류하며 ETF와의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여년 간 한우물을 파며 한국 ETF 시장의 태동기부터 성장기, 그리고 현재의 성숙기까지 모든 역사를 현장에서 지휘해 온 산증인으로 통한다.
김 부사장의 이름 뒤에는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를 업계의 전설로 만든 결정적 계기는 2009년과 2010년,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 인버스 ETF와 레버리지 ETF의 상장이다.
당시 국내 자본시장법상 파생상품을 편입해야 하는 인버스·레버리지 상품은 세금 문제와 추적 오차 발생 우려로 출시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김 부사장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를 돌파했다.
그는 기존 코스피200 지수 대신 세금 문제가 없는 선물 지수인 'F-Kospi200' 지수를 직접 고안해 한국거래소와 함께 개발했고 레버리지 ETF 운용을 위해서는 환매조건부매매(RP) 방식을 도입해 유동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 상품들은 단순 지수 추종에 머물렀던 국내 ETF 시장을 능동적인 트레이딩 시장으로 변모시킨 기폭제가 됐으며, 삼성자산운용이 압도적인 점유율 1위를 굳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상품 개발 넘어 마케팅까지…'전천후 전략가'
김 부사장은 운용 전문가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멀티에셋운용본부장, ETF솔루션본부장, ETF사업부문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상품 개발 능력뿐만 아니라 마케팅과 솔루션 역량까지 입증했다.
특히 2022년 이후 고객마케팅부문장(CMO)을 맡으면서는 급변하는 디지털 금융 환경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전면 개편했다. 유튜브와 SNS 등 디지털 채널을 활용해 투자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KODEX'의 브랜드 로열티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던 시기에는 타깃데이트펀드(TDF)와 타깃리스크펀드(TRF) 등 자산배분형 ETF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구사했다.
시장의 등락과 상관없이 자산배분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던 그의 투자 철학은, 수익률 경쟁을 넘어 투자자들의 장기적인 자산 증식을 돕는 솔루션 제공으로 이어졌다. 이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이 경쟁 우위를 점하는 토대가 됐다는 평가다.
◇ "본원적 경쟁력 강화"…격화되는 ETF 전쟁 '승기' 잡는다
이번 김두남 부사장의 승진은 최근 200조 원 시대를 맞이하며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ETF 시장에서 삼성자산운용이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상품의 구조적 설계부터 운용,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꿰뚫고 있는 김 부사장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김두남 부사장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확고한 ETF 시장 1위 입지를 다진 핵심인재"라며 "이번 승진 인사를 통해 상품 및 마케팅 역량을 한층 강화하고, 회사의 본원적 경쟁력을 제고해 주요 사업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자산운용은 이번 정기 임원인사에 이어 조만간 조직개편과 보직 인사를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 부사장이 이끌게 될 새로운 조직 구성과 전략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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