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을 예산안, 시장서 주목할 점은…BOE 금리경로·파운드화
(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기자 = 영국 정부가 26일 가을 예산안을 발표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어느 때보다 레이첼 리브스 재무장관의 지출 및 조세 계획에 집중하고 있다.
영국의 지난해 예산안은 높은 조달금리와 성장부진 등이 겹치며 약 200억~350억파운드의 예산 부족을 초래했다. 이런 상항에서 올해는 세금 인상 외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으로 대규모 증세안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현지시간) CNBC는 이번 예산안이 영국중앙은행(BOE)의 금리 경로와 파운드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보도했다.
◇ BOE, 금리 인하 가능성 커져
전문가들은 이번 가을 예산안 이후 BOE가 더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예산안에 여러 증세안이 담기며 성장률과 물가가 동시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 자산운용사 누빈의 로라 쿠퍼 글로벌 투자 전략가는 영국 가을 예산안에서 발표하는 내용이 영국 경제에 더 심각한 성장 압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러한 성장압력은 BOE가 시장에 반영하고 있는 것보다 더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예산책임처(OBR)가 영국의 내년과 향후 5년간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OBR은 가을 예산안과 함께 영국 향후 물가·성장 전망치를 발표한다.
쿠퍼 전략가는 "시장이 내년 중반까지 BOE의 금리 인하를 두차례 정도 가격에 반영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것이 세 번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그 경우 최종금리는 3.25%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BOE의 금리는 4%이며, 시장에서는 BOE가 12월 18일 통화 정책회의에서 금리를 25bp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산제이 라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예산안에서 물가 억제가 '마술 같은 한 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예산안으로 물가가 40bp 정도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12월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BOE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인다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출신의 짐 오닐 영국 상원의원은 가을 예산안에서 정부가 에너지 및 식품 가격에 대한 상승 압력을 낮추는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며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시장 예상보다 낮춰 결국 BOE 금리 인하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내다봤다.
◇파운드화, 약세 이어질 것
파운드화는 예산안 발표 이후에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파운드-달러 환율은 1.31달러 수준에서 등락하며 지난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쿠퍼 전략가는 성장 둔화 압력으로 인해 파운드화는 약세를 지속하거나 최소한 좁은 범위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파운드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설 촉매를 찾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파운드화는 초기 소득세 인상 보도 후 약세를 보이며 '압력 밸브' 역할을 했는데, 리브스 장관이 소득세 인상을 철회했음에도 약세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게 쿠퍼 전략가의 설명이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 파운드화에는 내재된 리스크 프리미엄이 존재한다고 덧붙엿다.
정치적 불안정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 역시 파운드화 약세 요인이다.
라자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은 주요 7개국(G7) 중 드물게 증세와 적자 축소를 골자로 한 긴축 재정정책을 시행 중인 만큼 이번 예산안 발표 이후 정치적 리스크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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