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창의 M&A 이슈> '전열정비' 롯데ㆍKT 다시 뛴다
2014-02-03 이규창 기자
양 그룹은 그동안 각기 다른 사정으로 타기업 인수에 소극적으로 나섰으나 성장을 위해서는 M&A가 필수인 만큼 올해부터 '큰 손' 구실을 할 것으로 3일 자문업계는 기대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호남석유화학-케이피케미칼, 롯데쇼핑-롯데미도파, 롯데삼강-롯데후레쉬델리카, 롯데삼강-롯데햄 등 합병으로 내부 계열 정비에 힘썼다. 롯데쇼핑은 점포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1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에도 나섰다.
기업 인수도 심심찮게 신고했다.
지난해에만 롯데제과가 카자흐스탄의 제과업체 라하트를 인수했고 파키스탄의 콜손의 잔여지분을 매입했다. 또, 인천터미털 부지 등 수도권 거점의 부동산을 사들였고 롯데칠성음료가 군인공제회의 록인음료 인수 등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롯데답지 않은 실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여기에는 내부 사업조정 외에도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특별 세무조사가 크게 작용했다.
국세청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등 롯데쇼핑의 4개 사업본부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여 해외법인에 수익금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비자금이나 분식회계 등 경영진이 검찰에 기소될 만한 혐의는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롯데그룹으로서는 일단 이른 시일에 털고 갈 수 있게 됐다.
롯데는 지난달 28일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 내 국제실이 해외 사업관리 기능을 운영실로 이관했다. 이에 따라 국제실은 비전전략실로 이름을 바꿔 M&A와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하고 운영실은 국내외 계열 및 사업관리를 총괄하게 됐다.
신동빈 회장의 오른팔인 황각규 사장이 운영실을, 황 사장의 서울대 화학공학과 후배인 임병연 전무가 비전전략실을 맡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 사업이 확장된 만큼 다독이면서 M&A를 통한 사업확장 기회도 부지런히 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KT그룹도 전 회장이 배임 및 횡령 의혹으로 조사를 받는 가운데 20여개에 달했던 부문과 실, 본부 등을 9개 부문으로 통폐합하고 미래융합전략실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27일 발표했다.
특히 CEO 산하의 미래융합전략실은 삼성의 미래전략실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사업부문별 융합은 물론 성장동력을 찾는 데 주력하는 것.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황창규 회장다운 발상으로 평가된다.
KT그룹은 이석채 전 회장 재임 시절에도 인수와 매각을 병행했다.
이 전 회장은 취임 2개월여만에 KT와 KTF 합병을 이뤄내고 올리브나인과 KT FDS, 도레미음악출판사, 전화국 등을 매각했다. 본격적인 부동산 관리와 정리를 위해 2010년에는 KT 에스테이트와 KT AMC를 세워 전화국과 빌딩을 매각하거나 유동화해 수천억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휴대전화 제조 업체인 KT테크도 청산했다.
인수실적도 만만치 않았다. 금호렌터카, 비씨카드, 엔써즈, 스카이라이프, 옴니텔 차이나(지분) 등을 차례로 인수했고 최근에도 튀니지텔레콤 지분 매입을 추진 중이다.
그 결과 미디어와 콘텐츠, 금융, 렌탈 등 비통신 부문이 통신 부문 실적 부진을 일부 상쇄하기도 했다.
따라서 KT그룹은 그동안 주춤했던 M&A를 재개할 전망이다. KT는 지난 분기에 LTE, LTE-A 실기를 만회하기 위해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집행, 영업적자를 입기도 했다.
자문사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운영실에 힘을 실은 것은 어느 정도 사업과 재무를 다독이면서 가겠다는 뜻이겠지만, 성장을 위한 인수도 활발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성장동력 확보가 시급한 KT그룹도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본격적으로 M&A를 추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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