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창의 M&A 이슈> 인수외면하는 '패스트팔로워' 현대차
2014-02-17 이규창 기자
완샹은 지난해 1월에는 미국의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A123을 인수하기도 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인수·합병(M&A)이 친환경차 분야로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태양광 산업과 마찬가지로 전문가의 예상과 달리 성장이 더딘 전기차 산업에서도 도산하거나 어려움에 빠져 있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어 M&A 기회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수년간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합종연횡에서도 무심할 정도로 요지부동이었다. 어설픈 인수나 제휴보다 자체 기술개발 역량과 투자만으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사실 그동안 실적으로도 이를 증명해왔다.
그러나 합종연횡을 마친 완성차 업체들의 공세와 친환경차 신기술에 대한 치열한 경쟁을 고려하면 현대차가 앞으로 '마이웨이(my way)' 전략으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위치도 제대로 지킬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그동안 스카니아, 포르쉐, 두카티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우면서 글로벌 완성차 세계 1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닛산-르노 연합은 러시아의 최대 자동차 업체인 아브토바즈 손도 잡았다.
푸조의 모회사 PSA그룹이 BMW그룹과 전기차 공동개발을 위한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의 사례는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현대차도 새로운 엔진개발을 위해 델파이와 손을 잡는 등 제휴를 하고 있으나 횟수나 규모 면에서 거의 '마이웨이'에 가깝다. 그룹 차원에서의 타 기업 인수는 현대건설과 녹십자생명 정도로 전공 분야가 아니다. 최근 국내 구조조정 매물 인수후보로도 꼽히고 있으나 역시 자동차사업과는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현대차의 기술 수준이 경쟁사보다 아주 뛰어나다고 볼 수도 없다.
미국 지식재산권자협회(IPOA)의 2012년 미국 특허 등록 300대 업체 통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314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전년대비 30.8% 늘렸고 순위도 115위에서 104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도요타의 1천491건, GM의 1천374건, 혼다의 1천74건 등에 비해서는 매우 적다.
물론, 현대차가 앞으로 자세를 바꿔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수시인사를 통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과거 현대건설과 녹십자생명 인수를 주관했던 기획조정실 인사들을 대거 승진시키기도 했다. 국내 판매 부진과 엔저를 업은 일본 기업의 공세로 위기감도 팽배해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으로 지적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세계 1위 완성차 기업인 도요타도 M&A에는 인색하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인 제휴에 나섰다"며 "제휴든, M&A든 현대차도 외연 확장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신경을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글로벌 친환경차가 일단 현대차가 자신하는 수소차보다 전기차로 쏠리는 모양새인데 전기차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매물을 집중적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엔진 공동개발 같은 프로젝트도 더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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