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창의 M&A 이슈> 구글ㆍ페이스북에 상생 주문할건가
2014-02-24 이규창 기자
미국이라는 거대시장에서 성장한 구글은 막강한 컨텐츠를 보유한데다 끊임없는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따라서 구글이 우리나라와 러시아 검색시장을 장악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특히 러시아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는 얀덱스의 공동창업자 일리야 세갈로비치가 지난해 7월 말 사망, 얀덱스의 위기감은 더 고조되고 있다.
그렇다면, 네이버는 국내 시장을 지키고 삼성전자가 애플을 따라잡듯이 해외에서도 경쟁할 수 있을까. 글로벌 IT업체와의 경쟁만 놓고 보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다.
네이버는 독점사업자라는 이유로 정부와 언론으로부터 만만치 않은 견제를 받고 있다. 블로그, 지식인 같은 서비스를 확대하는 한편 부동산 정보, 쇼핑 등에서도 수익을 챙기면서 중소 인터넷 업체들이 고사(枯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언론의 눈치를 보는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가 앞다퉈 규제안을 내놓고 있다.
또, 네이버가 현재와 같은 소극적인 M&A로는 경쟁력을 배가하는데 한계가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은 하루가 멀다하고 인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최근에도 페이스북이 세계 1위 모바일 메시징 업체인 왓츠앱 인수를 발표했다. 인수금액이 190억달러에 이른다. 모바일 메신저인 라인을 타고 본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려는 네이버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글로벌 업체들은 인터넷 컨텐츠 뿐만 아니고 오프라인 업체 인수에도 열을 올리는 중이다. 구글과 아마존은 심지어 오프라인 물류 등을 강화하기 위해 로봇 업체도 사들이고 있다.
구글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올 초까지 총 127개 업체를 인수했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나 네이버는 매년 1~2개 M&A 실적만 신고하고 있다. M&A로 성장한 네이버이지만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비판 때문에 마음대로 인수할 수도 없다.
지난해 11월 말 모바일 중고장터 앱 업체인 퀵켓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경영 자율성을 보장하고 양사 노하우 접목시키겠다고 설명했다. M&A를 하면서도 중소·벤처기업과의 '협력'을 강조해야 하는 입장이다.
물론, M&A 여력도 충분하지 못한 점도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네이버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은 1조원 정도로 60조원에 이르는 구글과 비교조차 어렵다. NHN엔터테인먼트의 현금 및 단기유가증권도 5천억원대에 불과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소 인터넷업체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구글 등에 맞서 일단 시장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며 "독점사업자라는 이유로 네이버의 뒷덜미를 잡다가 시장을 내주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중에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에 국내 중소업체와의 상생을 유도하려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관계자는 "선두 사업자를 견제하는 것보다 중소업체를 지원하는 방안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네이버도 해외 쪽에서 성장 솔루션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업증권부 기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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