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공기업 사외이사 책임강화…'거수기'에 제동

2014-03-13     황병극 기자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감사원이 공공기관의 사외이사에게 방만경영의 책임을 물어 해임과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경영진의 감시자 기능을 하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에 그친 사외이사에 경종을 울린 셈이다.

감사원은 12일 잘못된 결정으로 회사에 손실을 초래한 강원랜드의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을 해임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산업통상자원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사외이사에게 해임과 민사상 책임을 추궁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다. 공공기관의 경우 사외이사라 해도 고의 또는 중과실 등으로 임무를 위배하거나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면 강도 높은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더욱이 감사원의 이번 결정은 박근혜 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정상화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어떤 형식으로 임명됐든, 사외이사들도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이나 도덕적 해이를 근절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에 앞서 국내증시에서 가장 큰손인 국민연금도 기업경영에서 사외이사의 견제기능을 강화하겠다며, 거수기 노릇을 해온 사외이사에 제동을 걸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달 '2014년도 제1차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특정기업의 사외이사 선임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는 이사회 참석률 기준을 기존의 60%에서 75%로 강화한다고 밝혔다. 또 사외이사 재직연수도 기존 '당해 회사 10년'에서 '당해 회사 및 계열회사를 포함해 10년'으로 확대했다.

사외이사가 기업의 계열사를 돌아가면서 장기간 재임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또 민간기업에서도 사외이사의 주총 참여와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유도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최근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모두에서 낙하산 인사 관행이나 권력기관의 고위직 인사를 중심으로 하는 사외이사 선임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사외이사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감사원의 방만 경영에 대한 사외이사의 책임강화와 국민연금의 선임기준 강화 등을 계기로,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에서도 소위 한자리를 차지하면서 경영진의 편에서 거수기 역할을 자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공기관의 경영진뿐 아니라 사외이사에 대해서도 관련법에 근거해 경영에 대한 책임을 더욱 엄중하게 물을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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