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시대 위기관리 능력자 전진배치
재무·영업통 여전히 중용…내부통제 강화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KB·신한·하나·NH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그룹들이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인사를 마무리했다.

무난히 연임이 예상되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예상을 깨고 교체되면서 핵심 계열사에 50대 젊가 리더가 전진 배치되는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본격적인 경기 침체와 대내외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위기 관리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중용하고, 지배구조 안정화와 내부통제 강화 등 시스템 리스크 관리에도 힘을 줬다.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디지털 전환 등 혁신은 지속하되, 재무·영업 등 금융의 기본을 충실히 하는 모습으로 내실을 다지는 데 중점을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치 논란·세대교체…뉴페이스 등장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맞는 금융 수장 인사에서 예상과 달리 기존 회장들의 연임이 줄줄이 무산됐고, 그 연장선상에서 세대교체가 본격화됐다.

3연임이 확실시됐던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갑작스럽게 '용퇴'를 결정한 데 이어 차기 NH농협금융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되면서 손병환 회장도 연임이 좌절됐다.

여기에다 금융당국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을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BNK금융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이유로 회장 선임에 관여하는 인상을 주면서 관치 논란이 불거졌다.

새 정부가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금융지주 CEO를 교체하고자 하는 소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인사 원칙과 기준을 시장에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면서 그 어느 해보다 연말 금융권 인사는 주목받았다.

금융지주들은 연말 인사에서 주요 자회사에 50대 젊은 리더를 전진 배치하고 1970년대생 임원을 발탁하는 등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신한금융은 61년생 진옥동 회장이 내정되면서 은행, 카드, 생명보험 주요 자회사 CEO의 연령대를 1966~1967년생으로 확 낮췄다.

한용구 신한은행장은 1966년생으로 이재근 KB국민은행장과 동갑이고,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은 68년생으로 전임자들보다 연령이 크게 내려갔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 역시 은행장을 비롯해 각각 7개, 4개 자회사 CEO를 50대로 바꿨다.

임원들을 70년생이 대거 등장했다.

김영일 하나은행 경영기획그룹장은 1971년생으로 이번 하나금융 부행장 인사 중에 최연소이며, 이은정 하나은행 투자상품본부장의 경우 1974년생이다.

신한은행도 70년생 이영호 준법감시인을 선임했다.

◇재무·영업통 발탁…경영 불확실성 대비

은행들은 세대교체로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조직을 관리할 수 있는 위기 관리 능력과 영업 경쟁력을 갖춘 인물을 중용하는 보수적인 모습도 동시에 보여줬다.

현재의 경영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내실을 다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그만큼 내년 전망을 좋지 않게 보고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KB금융은 허인·양종희·이동철 부회장 3인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동시에 대부분 계열사 CEO를 유임시키며 '전쟁 중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켰다.

하나금융도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리스크 관리에 뛰어난 역량을 갖춘 이승열 하나은행장을 선임했으며, 농협 금융 역시 이번 인사에서 안정적으로 조직을 관리할 수 있고 동시에 위기관리와 영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인물들을 주요 계열사의 CEO로 배치했다.

신한금융 역시 정통 '영업맨' 한용구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주요 자회사에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통해 위기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물들을 기용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농협중앙회와 농협은행에서 본부의 주요 보직과 일선 현장을 두루 경험한 융합형 리더로 평가받는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이후엔 은행의 건전성 관리 등 복합 위기 대응과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에 대한 요구가 더 커질 수 있다"면서 "위기 국면에서는 재무·전략과 은행의 기본인 영업력이 CEO의 중요한 자질이 되는 만큼 이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안정·내부통제 철저하게…내부 단속 '강화'

금융지주들은 부회장직을 신설·강화하는 등 안정적 지배구조 구축에도 힘썼다.

금융당국이 예측 가능한 경영승계를 통한 지배구조 안정화를 강조하고 있는 데다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로도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부회장 3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KB금융에 이어 우리금융은 지주 부사장직을 신설했다.

하나금융도 이번 인사에서 박성호·이은형·강성묵 부회장 3인으로 확대 개편해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올해 은행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횡령, 불완전판매, 불법 외환거래 등 각종 사고가 있었던 만큼 내부통제 조직을 강화하는 조직개편도 특징이다.

신한은행은 내부통제 관리체계 혁신을 추진하는 컨트롤타워와 준법경영부를 신설했고, 우리은행도 내부 감사 조직인 검사실의 기능 중 본부조직 감사 기능을 분리해 본부 감사부를 새로 만들어 내부통제 관련 조직체계를 강화했다.

국민은행도 소비자보호본부를 그룹으로 격상하고 이상징후 해외송금의 선제적 차단을 위한 외환거래 모니터링 전담팀을 신설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금융당국의 감독 기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주인도 없는데 CEO 등이 본인에게 우호적인 세력만 주변에 두고 그들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운영하는 게 맞느냐"면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작심한 듯 비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국내 금융그룹의 지배구조가 해외보다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서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중대 금융사고 발생 시 CEO 등 담당 임원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내용의 내부통제 규율 제도 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통제 관련 감독이 강화된 만큼 은행들도 당국 눈치를 보아가며 선제적으로 조치에 나서는 분위기"라면서 "조직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전략을 재정비하고, 경영의 내실을 다져나가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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