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이 사외이사의 독립성 부문에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회사의 모든 사외이사는 지난해 개최된 이사회와 각종 소위원회에서 단 한 차례도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2013 회계연도에 사외이사들이 참여하는 일반 이사회를 11차례, 리스크관리위원회를 2차례, 평가보상위원회를 3차례 개최했다.
삼성생명 사외이사진은 총 6명으로 구성되는데, 지난해 이들은 부동산 매입 건과 관련해 1차례 보류 의견을 낸 것을 제외하곤 모든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그나마 해당 부동산 매입 건은 부동산의 운영과 관련한 재검토가 필요하고, 근거 자료를 보완할 필요가 있어 차기 이사회에서 다시 심의하기로 한 사항이었다.
이는 삼성생명만의 문제는 아니다.
삼성화재와 삼성카드, 삼성증권에선 지난 회계연도에 개최된 이사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 사외이사가 의결에 참여한 모든 회의에서 전 안건이 반대 의견 없이 가결됐다.
경영진 입장에서 사외이사의 표는 불참만 하지만 않으면 모두 찬성표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견제 기능을 해야 할 사외이사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일부 사외이사는 출석률마저 극히 저조했다.
삼성카드의 송승환 사외이사는 지난해 개최된 13차례의 정기·임시 이사회 중 4차례, 3차례의 평가보상위원회 중 3차례에 걸쳐 의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삼성카드는 지난 2012년 송승환 씨를 사외이사로 영입할 당시 '거수기 논란을 빚는 국내 기업들의 사외이사 선임 관행에서 벗어나 문화예술 분야의 경륜과 식견을 경영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다.
삼성카드는 송승환 사외이사가 해외 체류 일정이 잦아 참석률이 낮은 건 사실이지만 꼭 필요한 경우에는 음성 등을 통해 의결에 참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법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진의 절반 이상을 사외에서 충원하도록 하고 있다"며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외이사가 캐스팅보트를 쥐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만, 삼성계열 금융사들에서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 금융계열사의 사외이사들이 교수, 공무원, 법조인 등 명망가들인 것은 맞지만, 대주주와 경영진에 우호적이어서 제대로 된 견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식사 시간 등을 제외하면 실제 이사회 회의 시간은 10분도 안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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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명 이한용 기자
- 입력 2014.04.03 13:21
- 수정 2014.04.03 13: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