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재무부 건물은 워싱턴에서 가장 오래된 부서 건물이다. 건축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사무실이었던 이 건물은, 암살당한 링컨 대통령의 자리를 물려받은 앤드류 존슨 대통령 재임 시절 임시 백악관 역할을 하기도 했다.
1830년 초반부터 짓기 시작한 이 재무부 건물에 미국은 33년이란 시간 동안 공을 들였다. 1800년 헌법이 승인한 미국 공화국 정부가 워싱턴DC로 이동한 뒤, 재무부 건물은 방화범에 의해 소실되길 반복했다. 이에 정부의 상징인 백악관 옆에 '범접할 수 없는' 재무부의 상징 만들기에 나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재무부의 탄생에선 미국의 자부심이 느껴지곤 한다. 재무부는 1789년 9월, 미국 첫 번째 의회가 정부 재정 관리를 위한 영구 기관의 필요를 의논함에 따라 설립됐다. 당시 미국은 전쟁 때문에 무거운 부채의 압력에 시달렸다. 하지만 미국은 이 부채를 자유를 얻고자 지불한 가격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가격 변수를 관리하기 위해 재무부를 만들어 조세 정책과 세금징수, 화폐 및 국채 발행, 국립은행 감독 등의 역할을 맡겼다.
금융위원회가 또 이사를 한다. 지난 2008년 정부 조직개편으로 새롭게 출범한 이래 벌써 세 번째 이사다.
서초동 조달청 건물에서 출범한 금융위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정책 감독의 효율성을 내세워 일 년 만에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로 이동했다. 하지만 한 지붕 두 가족이나 다름없었던 금감원과의 동거는 오래가지 못했다. 금융위는 2012년 광화문 프레스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오는 5월 이전이 예정된 곳은 정부서울청사다. 인사혁신처가 세종시로 내려가면서 금융위는 8년 만에 세 번째 이사를 '명(命) 받았다'.
금융위의 이전에 앞서 꺼낸 미국 재무부의 200년 역사는 너무 큰 이야기일까. 그간 수차례 쪼개고 합쳐진 기획재정부 산하 금융정책 조직들과 이들의 이동을 생각하면 그렇지도 않다. 정통성과 전문성, 당위성과 같은 단어를 손바닥 뒤집듯 옮겨가는 정부 부처에 사용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이사를 앞둔 금융위 가족들도 씁쓸하긴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만난 금융위 출신 OB도 아쉬움을 전했다.
그는 "미국 재무부는 200년 시간 동안 그 이름 그대로 그 자리에 변함없이 서있었다"며 "어쩌면 금융위 후배들에게 그런 조직을 물려주지 못한게 우리 탓이 아닐까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귀띔했다.
jsjeong@yna.co.kr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