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환경 따라 탄력적 대응할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이 환헤지 비율을 일시적으로 최대 10%까지 상향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불필요한 거래를 방지하고자 해외주식의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3.0%포인트로 늘리는 방안도 의결했다.

국민연금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16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공단 북부지역본부에서 진행된 올해 제6차 회의에서 이런 방안을 심의·의결했다.

◇환헤지 비율 10%로 상향하지만…'두루뭉술하게'

이날 가장 관심을 모았던 환헤지 비율 상향 조정 안건은 국민연금이 정부의 요청에 호응하는 형태로 가닥을 잡게 됐다.

기금위는 이날 상정된 '국민연금기금 해외투자정책 조정방안'을 심의·의결하면서 환헤지 비율을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10%까지 한시적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 기획재정부는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기금 등에 환헤지 비율을 10%까지 상향 조정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관치 금융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이날 기금위에 해당 안건이 올라오면서 결론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기금위는 일단 당국 요청대로 환헤지 비율을 최대 1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지만 다소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부분도 있어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회의 후 발표한 자료에서 "이례적으로 환율이 다시 상승할 경우 안정화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외환 익스포저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환헤지 비율을 현행 0%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10%까지 한시적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이례적으로 환율이 다시 상승할 경우', '안정화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10%까지 한시적으로'라는 문구들이 달렸는데 이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표현들이다. 환헤지 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기간과 구체적인 상향 비율, 시장 환경 등에 대해선 유동적으로 표현한 만큼 국민연금으로선 나름 '운용의 묘'를 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기금위는 해외주식의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도 현행 ±1.5%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확대하기로 했다. SAA는 펀드매니저의 재량으로 포트폴리오 내 자산군 비중을 목표치를 넘어 보유할 수 있게 허용하는 범위다. 해외주식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해외주식 가치가 목표 범위를 넘어설 수 있는 범위를 더 넓히는 조치다.

◇인프라 벤치마크 개선…목표 초과수익률은 0.02%p 하향

기금위는 또 인프라 부문의 성과평가 벤치마크를 개선하는 방안도 심의·의결했다. 현행 성과평가 벤치마크가 인프라 자산 특성 및 투자 목적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조치다.

현재 국민연금의 인프라 성과평가 벤치마크는 국내 인프라의 경우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에 4%, 해외 인프라는 원화 헤지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CPI 상승률에 5%를 더한 수치를 벤치마크로 삼고 있다.

기금위는 "인프라는 예측 가능성 및 투명성이 중요한 투자 조건으로 선진국 중심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2013년도에 벤치마크를 OECD로 정한 것은 이런 취지를 반영한 것이었으나 이후 OECD 회원국이 늘어나 당초 취지와 달라지고 기금이 투자하지 않는 국가가 많아져 벤치마크와 기금 포트폴리오 간 불일치가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기금위는 "또 실질금리 하락에 따라 기대수익률은 감소하지만, 프리미엄(+a) 수준은 변동 없이 높은 수준이고 물가상승률은 단연도 수치만 적용되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며 "해외인프라 성과평가 벤치마크 대상 국가를 OECD에서 G7으로 바꾸고 국내외 CPI 산정방식도 당해연도에서 5년 평균으로 조정하는 한편 프리미엄도 각각 1%포인트 하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인프라는 국내 5년 평균 CPI 상승률에 3%, 해외 인프라는 원화 헤지 기준 G7 5년 평균 CPI 상승률에 4%를 더한 수치를 벤치마크로 두게 된다.

한편 기금위는 내년도 국민연금의 목표 초과수익률을 올해보다 0.02%포인트 하향하기로 했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목표치도 일부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금위는 "초과수익률과 총 위험 간 균형적인 운용을 유도해야 한다는 논의 결과가 있었다"며 "2023년도 목표 초과수익률은 현행 0.22%포인트보다 0.02%포인트 하향된 0.20%포인트로 설정됐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전주 본관 전경

 


jh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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