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정책 유연성 확보해줘"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민연금이 금융당국의 요청에 호응하며 환헤지 비율을 최대 10%까지 상향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하면서 다른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도 보조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시장 상황에 따라 한시적으로' 환헤지 비율을 올릴 수 있다며 운신의 폭을 넓혀뒀는데, 다른 기관들도 이같은 기조를 따르는 분위기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진행된 올해 마지막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기금은 해와투자정책을 조정하면서 이례적으로 환율이 다시 상승할 경우 안정화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외환 익스포저의 규모를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환헤지 비율을 현행 0%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10%까지 한시적으로 상향하는 한편 불필요한 해외주식 거래를 방지하고자 해외주식의 전략적 자산배분(SAA) 허용범위를 현행 1.5%포인트에서 3.0%포인트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기재부가 지난 11월 중순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에 외환 시장 안정에 동참해달라며 환헤지 비율의 상향 조정한 데 따른 조치다.

기재부의 요청 이후 각 기관은 내부적으로 여러 방안을 강구해왔다.

기재부의 요청대로 환헤지 비율을 즉각 10%로 올리기에는 기관마다 자산배분 형태나 환 전략에 차이가 있고 환헤지는 그 자체로 비용이 많이 들어 득실을 고려해야 하는 데다 당시 달러-원 환율이 환헤지에 유리한지 등도 따져봐야 했기 때문이다.

사학연금의 경우 달러-원 환율이 1,400원을 넘었을 때 해외주식과 해외채권 등 일부 해외자산을 매각하는 원화로 환전하는 방식으로 외화 익스포저를 줄이기도 했다. 일부 공제회도 환율이 1,300원대 후반에서 1,400원대 초중반까지 가파르게 오르자 시가 자산을 일부 매각하며 환차익을 보는 데 집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기관별 조치에도 환헤지 비율을 기재부가 요청한 수준까지 맞춰달라는 입장은 확고했다. 사학연금의 경우 달러화 자산을 수천억원 규모로 매각해 원화로 바꿨음에도 환헤지 비율을 10%로 높였을 경우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며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기재부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좋지만 총액으로 따졌을 때 기재부가 요청한 수준까지는 어떻게든 맞춰달라는 압박이었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금이 이처럼 해외투자정책을 조정하면서 연기금 업권도 전반적으로 보조를 맞춰가는 분위기다. 오히려 달러-원 환율의 상승세가 한풀 꺾였을 때 환전략을 수정해두면 시장 상황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연기금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입장도 확고하고 국민연금도 환헤지 비율을 10%까지 높이기로 한 만큼 연기금 업권도 동참하는 분위기일 것"이라며 "다만 국민연금이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장치를 뒀는데 다른 연기금도 당장 환헤지 비용 부담이 커지지 않은 만큼 반길 만하다"고 말했다.

다른 연기금 관계자는 "달러-원 환율이 1,400원대 중반에서 1,300원대 초반까지 급락하면서 외환시장 불안감이 한층 누그러졌는데도 국민연금이 해외투자정책을 조정한 것은 어떻게 보면 당국의 체면을 살려준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국민연금으로서도 현재 환율에서 시장 여건에 따라 환헤지 비율을 조정하겠다고 정리해두면 운신의 폭도 넓어지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도 있어 적절한 선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공제회는 이미 자산운용지침상 달러화 자산에 대해 100% 환오픈이 아니었고 환헤지 비율이 10%를 넘은 상황이라 별도로 조치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또다른 연기금 관계자는 "지난번 차관회의는 사실상 국민연금에 대해 협조를 주문하는 자리였고 다른 공제회들은 형식상 부른 측면이 있다"며 "일부 공제회는 환헤지 비율이 이미 당국의 요청 수준 이상이어서 특별한 전략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jhji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4시 14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