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삼성그룹이 최근 계열사 사업부문 조정에 나서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자·금융 계열사 분리 승계 시나리오가 구체화되고 있다.

이 시나리오 하에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금융계열사들을 장악하게 되고, 금융계열사들은 그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는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SDI와 제일모직 합병을 결정한 데 이어 최근 화학계열사도 합병하기로 했다.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화학계열사 합병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 전체가 아닌 전자·금융 계열사만 관장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렇다면, 이재용 부회장의 전자·금융 계열사 분리 승계 시나리오에서 지배구조는 어떻게 짜일까.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 할 곳은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 25.1%를 보유해 최대주주인 삼성에버랜드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20.8%)에 이어 삼성생명의 지분(19.3%)을 가장 많이 가진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삼성생명을 통제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은 금융계열사의 중심축이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 지분 10.4%와 삼성증권 지분 11.1%를 가진 최대주주다. 작년 말에는 삼성전기, 삼성물산,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5.81%를 취득해 지분율을 34.4%로 높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 금융계열사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어떤 존재 의미를 가질까.

답은 '삼성전자를 통제할 수 있게 하는 연결고리'다.

현재 삼성전자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곳은 국민연금관리공단(7.71%)이다. 그러나 삼성생명(7.6%), 삼성화재(1.3%), 삼성물산(4.1%) 등이 이건희 회장 일가를 호위하는 양상을 띠며 그의 경영권이 유지되고 있다.

삼성물산발 지분 조정 등 아직 지배구조 변환과 관련한 변수가 다수 남아있지만,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작년 말 삼성생명이 삼성카드 지분을 매입한 것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변환의 사전 정지작업이었다"며 "다음 수순은 지배구조 변환 작업의 본격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에버랜드가 지주사가 돼 삼성전자 등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가 될 것"이라며 "이 과정을 거치면서 이건희 회장 자녀들의 분리 승계 구도도 명확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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