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환웅 기자 = 지난해 하반기 정부 규제 이후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던 김치본드 발행이 다시 증가하는 등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일 연합인포맥스 채권발행(화면 4204)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에서 발행된 외화표시채권, 이른바 김치본드는 미국 달러화 표시채권 3건과 엔화 표시채권 3건 등 모두 6건으로 집계됐다. 금액으로는 4억5천만달러와 221억8천만엔에 달한다.





<표 설명 = 지난 1분기 김치본드 발행내역. 연합인포맥스 화면 4209>



이는 지난해 7월 김치본드 규제가 도입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반년동안 모두 2건, 1억4천500만달러의 김치본드가 발행된 것에 비해 건수 기준으로는 3배, 금액 기준으로는 다섯배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김치본드가 단기외채를 증가시키는 우회통로로 사용되고 있다고 판단, '외국환거래업무 취급세칙'을 개정해 국내에서 원화 조달 용도로 발행된 외화표시채권에 대한 금융기관의 투자를 금지한바 있다. 이후 김치본드 발행규모는 급감해 반년 동안 2건이 발행되는데 그쳤다.

국내 대형증권사의 한 채권 딜러는 "지난해의 경우, 감독당국이 김치본드 발행을 탐탁찮게 여기는 분위기가 강했다"며 "어지간하면 국내에서 외화채를 발행하지 않는 것이 당연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김치본드 발행은 그 규모가 커졌을 뿐만아니라 활용범위도 다양해졌다. 지난해에 발행된 김치본드는 모두 달러 수요를 채우기위해 달러를 조달하는 형태였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지난해 11월에 발행한 달러채 1억3천만달러는 해외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DII)의 유상증자에 투입돼 두산그룹이 2007년 밥캣 인수시 조달한 외화 차환에 사용됐다. 또 두산캐피탈이 조달한 자금 1억5천만달러 역시 지난 2008년 선박을 구입하면서 통화스왑계약을 통해 조달한 외화자금을 상환하는데 쓰였다.

반면, 지난 1분기에는 달러 자금 수요를 채우기위해 엔화를 조달하는 등 김치본드 발행시장의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는 모습이다.

동국제강과 한국석유공사, 신한캐피탈 등이 지난 1분기 국내에서 달러화 표시채권으로 4천500만달러를 조달한 것 이외에 대한항공은 지난 2월 두 차례에 걸쳐 모두 200억엔 규모의 엔화채를 발행해 헤징 없이 달러화로 바꿔 사용했다.

또 SK해운의 해외자회사인 SK쉽핑유럽은 지난 28일 SK해운이 발주한 선박대금을 치르기위해 국내에서 사모 형태로 21억8천만엔을 조달했다.

SK해운은 "자금 조달의 대원칙은 가장 싼 금융비용으로 빌리는 것으로, 해운업황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라면서도 조달한 자금을 어떤 통화로 사용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치본드 규제를 발표한 한국은행은 김치본드를 발행해 다른 통화로 바꿔서 사용한다해도 원화만 아니라면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외국환거래업무 취급세칙' 개정을 통해 원화로 사용할 목적으로 국내에서 외화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규제했다"며 "다른 해외통화로 사용하는 것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엔달러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지는 것은 기업이 선택할 문제"라며 "원화로 바꿔쓰지만 않는다면 외화채권 차환 등을 위한 외화표시채권 발행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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