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환웅 기자 = 정책당국이 경기둔화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카드를 꺼내 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서울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외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정책을 활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인데, 물가에 대한 우려는 줄었기 때문이다.

▲ 기대 이하 국내외 경제지표 = 현지시각으로 지난 2일 발표된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4월 미국 민간부문 고용은 시장전망치를 하회하는 11만9천명에 그쳤다.

3월 미 공장재수주실적은 3년만에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고, 유로존의 3월 실업률은 1997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재정부가 전망한 올해 '상저하고' 경기흐름의 전제조건인 '하반기 대외 불확실성 축소'에 문제가 생긴 모습이다.

3월 산업활동동향과 4월 무역수지 등 우리 경제의 핵심지표 역시 최근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지난 3월 산업활동동향은 내수와 수출의 동반부진으로 대부분의 지표가 전월비로 악화됐다. 광공업생산은 지난달보다 3.4% 줄었고, 소비지표인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2.7% 줄었다. 특히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7.0%나 감소했다.

지난해 11월 상승반전한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월 들어 보합세로 내려앉았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전월차 역시 지난 2월의 짧은 반등을 끝내고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발표된 여러 지표를 보면 경기 회복세가 주춤한 느낌"이라며 "2월~3월 초순 정도까지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나 했으나 3월 중순 이후 힘이 부치는 듯한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생산 증가의 핵심 요소인 수출은 지난달에도 부진한 모습을 보여 산업생산지표의 반전을 어렵게 하고있다.

지난달 수출은 3월에 이어 감소세를 지속, 전년동월대비 4.7% 감소한 462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20.3%에서 올해 1분기에 7.6%로 급감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늘어난데 따른 것으로, 지식경제부는 올해 수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줄어든 물가우려 = 경기흐름에 대한 불확실성은 증가한 반면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는 줄었다.

지난달 국내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5% 상승해 시장예상치를 2.7%p 하회했다. 또 전월비로는 보합세를 보였다. 보육료 인하 등의 정책효과로 수치상의 상승률을 끌어내린 3월 물가지표와는 달리, 4월 지표는 공급측의 물가상승압력이 줄어든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겨울의 한파와 이어진 구제역 파동, 하반기 이후의 유가 급등과 올해 1월과 2월의 한파 등 연이은 공급 측면의 물가상승압력이 마무리되면서 전월비 기준 석유류와 농축산물 가격의 상승세가 진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도 물가에 대한 우려를 더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4월 소비자물가에 대해 "2개월 연속 2%대의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물가안정기조가 정착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장기적인 물가추세를 보여주는 농산물ㆍ석유류 제외 근원물가 상승률도 1.8%로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남은 정책수단은 = 통화정책 이외에는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수단이 마땅찮은 모습이다.

가장 강력한 무기인 재정 측면에서 정부는 이미 1분기에 올해 예산의 32.3%(89조4천억원)를 투입했다.

1분기 조기집행률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시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상반기 2.8%로 집계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에서 정부소비가 차지하는 기여도는 0.7%p까지 증가했다. 상반기에 전체 재정의 60%를 집행하겠다는 현재 계획도 달성에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하반기 집행될 재정은 남은 40%로 상반기의 2/3 수준에 그치게 된다. GDP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 역시 2/3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또 올해 예산안 편성지침을 통해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목표를 다시 한 번 천명한 만큼, 감세나 재정집행 규모 확대 등 나라빚을 늘리는 정책을 선택하기 힘든 상황이다.

재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일자리 확충ㆍ투자규제 완화 정책 역시 민간의 투자활성화를 돕는 차원의 미시정책일 뿐, 전체적인 경기둔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굵직한 거시 정책은 아니다.

재정부는 다만, 대외변수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에 무리하게 대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 남은 정책카드인 '금리'를 동원할지는 미지수다.

재정부는 지난 1일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경기변동성을 확대시키지 않고 정책여력을 비축하는 차원에서 현행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금리 등 거시정책 동원 가능성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세계경제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만 호황으로 가겠다는 것은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태생상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wwchoi@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