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유럽재정위기는 유로화 도입으로 남유럽 국가들의 가격경쟁력 상실을 교정할 수 없는 조정메커니즘 상실이 원인이다. 구조적 문제인 만큼 해결에 시간이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 수습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토빈세'와 같은 자본이동규제를 적극 추진하고, 한중일이 정책 공조를 통해 유로존, 특히 스페인의 국채를 사들여 유로존 위기극복에 동참할 필요도 있다"

이는 지난달 새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선임된 문우식 금통위원이 최근 유럽재정위기에 대한 진단과 대응방안이다.

문우식 금통위원은 한국금융연구원이 9일 발간한 '유럽재정위기의 요인과 대응방안'이란 보고서에서 유럽의 재정위기가 국제경쟁력 저하라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에서 발생한 만큼 단기간에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단일통화인 유로화가 도입된 이후 그리스나 포르투갈, 스페인 등 남유럽국가들은 독일과 같은 북유럽국가들에 비해 고임금과 고물가로 인해 가격경쟁력을 상실하고 만성적인 국제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조정메커니즘이 없다는 것이 위기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에서나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 경제가 빠르게 금융위기를 벗어난 것도 기본적으로 환율의 대폭적인 절하에 의해 국제경쟁력이 높아진 우리 기업들이 수출을 늘리고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리스의 유로화 탈퇴 가능성에 대해 문 위원은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며 "무엇보다 유럽통합과 위기극복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닌 독일이 그리스 지원에 반대하지만, 유로화 유지에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유럽 정치지도자들의 우유부단함과 지도력 부재를 탓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유럽통합의 성공 요인으로 탁월한 정치적 지도력이 언급될 만큼 유럽 지도자들은 타협과 협상에 신속하진 않으나, 항상 필요할 때 그 역할을 다 했다"며 "유럽의 재정위기는 그리스의 탈퇴로 정리되지 않고 어느 정도 수습될 것"으로 전망했다.

문 위원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그는 "그리스 위기가 다른 유럽국가로 전이되고 민간은행의 자본확충이 필요하게 된다면 이를 위한 ECB의 자금공급은 필연적일 것"이라면서도 "ECB의 유동성 공급은 단기적으로 시장의 안정을 가져왔으나 상황이 다시 나빠질 경우 잠재적인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은행이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자금을 차입해 고금리의 잠재적 위기국가의 국채를 매입하는 캐리트레이드에 나서면서 유럽은행의 위기국가에 대한 투자금액과 비중이 다시 커지고 있으며, LTRO가 환매조건부매매의 형태라는 점에서 향후 유럽의 경기가 나빠져 은행들이 ECB에 제공한 담보물의 가격이 하락할 경우 ECB의 마진콜이 발생함으로써 이것이 역내 자산가격을 더 하락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유럽재정위기와 관련해 문우식 금통위원은 국내적으로는 자본이동 규제의 필요성과 함께 한중일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한국이 은행세라는 명목으로 외화차입 등에 어느 정도 규제를 도입했으나 관련해 주목할 만한 자본이동규제는 토빈세"라며 "이런 규제가 도입되면 지나친 단기자금 유출입에 대한 외환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한중일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며 "한중일 삼국간 별도의 스와프협정에 의해 지역적인 금융안전망을 구축해야 할 뿐 아니라 역외금융문제에 공동으로 보조를 취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중일이 공동으로 유로 채권이나 일부 유럽국가의 국채를 구입하는 것으로 유로존의 금융안정을 지원하는 것도 고려했으면 한다. 유로존의 국채 중에서 스페인의 국채규입을 고려할 수 있다"며 "스페인은 너무 커서 망할 수 없는 경제 대국이자 상대적으로 정부재정도 건전한 유럽경제의 마지막 교두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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