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환웅 기자 = 이석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이 크게 웃었다. 예산실이 사상 처음으로 재정부 체육대회 우승컵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석준 실장은 지난 12일 체육대회 이후 회식에서 사상 첫 우승을 자랑하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예산실 직원 뿐만아니라 타 부서 1급들의 축하도 잇따랐다. 지난 2008년 기획재정부가 발족한 이후 단 한번도 체육대회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만년 약체팀인 예산실이 우승팀으로 도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단 한 종목에서도 점수를 따지 못해 종합점수 '0'점으로 꼴찌를 차지했던 경험이 이번 우승을 더욱 각별하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이번 체육대회의 우승을 결정지은 경기는 예산실과 세제실이 맞붙은 축구대회 1차 예선이었다. 0 대 0으로 마무리된 팽팽한 본경기 이후 승부차기에서 예산실은 '축구 명가' 세제실을 4 대 1로 누르고 축구경기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후 세제실은 체육대회 5종목 가운데 이어달리기와 배구, 줄다리기 등 세 종목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예산실을 맹추격했지만, 예산실은 축구와 여자피구 우승에 나머지 세 종목에서 준우승과 3위 점수를 보태 종합점수는 1천200점으로 동점을 기록했다.

결국 상위 두 팀이 동점인 경우, 축구대회 성적에 따라 우승팀을 결정한다는 규정에 따라 예산실이 우승컵을 차지했다.

기획재정부에서 체육대회가 가지는 의미는 바깥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체육대회 성적은 각 팀을 이끄는 1급 간부의 통솔력과 해당 부서의 단결력을 측정하는 바로미터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우승하면 1년 결제가 편하다"는 내용은 응원전에 단골로 등장하는 문구다.

재정부의 한 직원은 "일을 잘한다고 해서 꼭 운동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을 잘하는 직원이 일도 잘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는 재정부 안에서 흔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정부의 또 다른 직원은 예산실의 우승을 올해 초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단행한 '화학적 혼합 인사'의 성과로 진단했다.

재무부 출신인 이석준 실장이 지난 1월 EPB(옛 기획예산처) 라인인 예산실 실장으로 자리를 옮긴지 넉 달만에 체육대회 우승이라는 성과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이 직원은 "올해 초 재무부 출신인 이석준 당시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을 예산실 실장에 임명하고, 과장 급에서 예산실에 재무부 출신들을 30%가까이 교차 배치하는 혼합 인사가 있었다"며 "이동이 많았던 예산실이 우승한 것은 그만큼 조직이 잘 융합됐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예산실의 한 직원은 "예산실장이 새로 온 뒤로 체육대회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자연스럽게 실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함께 연습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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