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집값이 심상치 않다. 정부에서 연일 강남 집값에만 신경 쓰는 사이 지방 집값은 서서히 붕괴하고 있다. KB 부동산에서 발표하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의 일 년간 변화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 10월 15일까지 연간 상승률이 전국은 3.17%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서울은 14.44% 상승하였고 그렇게나 강도 높은 규제 대상인 강남은 17.78%나 폭등하였다. 이에 비해 광역시는 강보합, 지방은 마이너스를 보인다. 특히 지방은 2003년 지수를 산정한 이후 최대 폭인 2.86%나 하락하였으며, 창원과 거제는 -7.87%, -10.49% 폭락했다. 마치 경제위기가 다시 발생한 듯하다. 이렇게 심각한 시장의 양극화는 처음 겪는 일이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이제 불안감을 넘어 공황상태를 경험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오래전부터 예상된 문제이고, 단기적 대책도 별로 없는 상황이긴 하지만, 우리는 너무 안이하게 넘어간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크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지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이러한 추세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더욱 염려스럽다.

지방 도시의 성장과 붕괴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세계 면직물 생산의 중심으로 코트노폴리스로 불렸던 영국 맨체스터는 1801년에 7만 명이었던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해 1931년에는 76만6천 명까지 늘어났다. 이후 계속 감소해 2001년에는 39만3천 명으로 줄어들었다가 최근 다시 상승해 2011년에는 50만 명을 조금 넘고 있다. 급성장할 당시에 많은 공업단지들이 건설됐고, 이에 따라 값싼 시골의 노동력 유입도 어마어마했다. 게다가 운하와 철도의 개통으로 사람은 더욱 모여들었다. 마치 우리나라 1970년대의 성장 스토리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산업의 주도권이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쇠락하기 시작했고, 이에 수반된 도시, 산업 문제 등에 시달리며 경제적 활력을 잃음과 동시에 한 세기 내내 쇠퇴를 경험하게 된다. 그 사이 영국 전체 인구가 급증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산업변화에 따른 충격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글래스고도 마찬가지이다. 1951년 109.9만 명까지 성장했으나 산업 쇠락으로 2001년에는 거의 절반 정도인 58만7천 명까지 줄어들게 된다.

도시재생 등을 통해 조금씩 인구가 늘고 있지만 맨체스터와 마찬가지로 과거 전성기를 회복하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전성기 때 영국에서 생산하는 직물과 철강은 전 세계 생산의 40%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산업주도권은 미국으로 넘어갔고, 20세기 중반까지 미국의 러스트벨트 도시들 인구가 급증했다.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는 1950년에 185만 명의 대도시가 될 정도로 급성장하였으나, 2010년에는 71만4천 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철강도시 피츠버그도 비슷한 경로를 걸었다. 1950년 67만7천 명까지 인구가 급상승했으나 이후 절반 정도인 30만 명 정도까지 감소하게 된다. 이 도시들은 이후 도시재생 등을 통해 조금씩 인구가 늘고 있고 신산업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전성기로의 회복은 불가능해 보인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후 글로벌 산업의 상당 부분이 일본과 우리나라로 이전해왔고 그 영향으로 우리 산업도시의 인구 급증과 부동산 가격 상승을 견인해왔다. 글로벌 제철도시로 성장한 포항, 광양, 당진과 글로벌 조선도시인 울산, 거제의 경우도 선진국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벌써 중국과 다른 개발도상국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으며, 이들 국가로 빠져나가는 현상도 오래되었다. 그 영향으로 이들 지역의 집값도 약세 혹은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인구 증가와 고용 증가를 통한 경제 성장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이들 도시의 몰락을 방지하고 반전시킬지가 과제인 것이다. 사실 이러한 도시의 몰락은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건국 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쇠퇴한 도시로는 광업 중심 도시였던 강원도 태백시가 있다. 석탄 산업의 발전으로 태백시 인구는 11만1천 명까지 늘었으나 이후 급속도로 줄어들어 이제는 5만 명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렇게 글로벌 산업이 여건 변화에 따라 재편될 때, 이전에 그 도시에 살던 사람은 어디로 이동하였을까. 바로 인근 대도시 혹은 최고 중심도시로 이동하였다. 그 영향은 그 나라의 최고 도시와, 지역중심도시, 유명 관광도시 집값 상승으로 나타나고, 기타 지방도시 집값의 지속적인 약세로 반영됐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들의 경험을 보았을 때 지금 정도의 하락은 서막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더 큰 충격이 올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정책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단기적 해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단순한 도시재생보다는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한 보다 더 적극적이며 다양한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일본의 기타큐슈 같은 경우, 철강도시에서 다른 신산업으로의 준비를 철저히 하여 선진국들보다는 충격을 완화시킨 바 있다. 비록 늦었긴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모든 도시가 글로벌 산업재편에 따른 대응책을 범부처적으로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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