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원화에 대한 역외세력의 접근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원화 절상기나 절하기에 외국인이 한 방향으로 포지션을 쌓으면서 방향성에 베팅했으나 최근에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달러-원 환율이 며칠째 하락하는 동안에도 역외 환율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았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지난 11일부터 19일까지 7영업일 동안 종가기준으로 연중 최저점을 갈아 치우는 동안 역외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달러-원은 3영업일이나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결과적으로 역외에서 달러-원 환율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반영하면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동안 서울환시에서는 달러-원 하락에 무게를 둔 매매가 지속됐다는 뜻이다.

외환딜러들은 23일 서울환시에서도 외국인이 특정한 방향으로 포지션을 구축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이 과거 특정한 수준을 목표로 포지션을 늘리거나 확대하기보다 국내외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피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딜러들은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고 있으나 변동성이 떨어지면서 원화에 대한 역외의 관심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환율에 대한 역외의 영향력이 떨어지고 국내기업들의 수급에 환율이 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달러-원 하락은 국내 기업들의 수급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크다"면서 "반면 역외세력은 주식에 연동하면서 피동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호흡도 짧아진 느낌이다"고 말했다.

그는 "역외는 금융시장이 불안하면 달러화를 매수했다가 불안이 진정되면 다시 달러를 매도하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며 "반면 국내에서는 기업들을 위주로 환율이 상승하면 이를 기회로 달러화를 매도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렇다 보니 NDF에서 환율이 올라도 서울환시에서 다시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B외국계은행 딜러도 "과거에는 외국인이 숏포지션을 구축하면서 특정한 수준까지 베팅을 하는 전략을 썼으나 지금은 그런 움직임이 별로 없다"며 "원화의 변동성이 축소되면서 원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진 측면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원화의 변동성이 축소되면서 원화가 아니라 아시아의 다른 통화에 관심을 갖는 역외도 적지 않다"며 "최근 달러-원 환율을 움직이는 가장 큰 변수도 기조적으로 달러-원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들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달러-원 1,100원선 하회 여부에 관심이 커졌으나, 환율이 떨어지더라도 달러-원 하락에 베팅하는 역외 수요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원화에 대한 역외세력의 매매양상이 다소 짧아졌다"며 "최근 환율이 하락하는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환율 하락에 베팅하는 역외 움직임은 강하지 않았으며, 이 때문에 환율이 며칠째 하락세를 이어왔음에도 상대적으로 환율 변동폭 자체는 크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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