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은행권이 외화예금을 확대하기 위해 판매하는 '외화구조화상품'이 또 다른 '김치본드'신세로 전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선물환 포지션 문제로 외환당국의 표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화구조화상품은 김치본드와 기본적으로 발행사나 발행수요가 다르지만, 국내 거주자가 국내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외화표시로 발행됐으며 이 과정에서 은행권의 선물환 포지션 증가나 외화차입 확대로 이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화구조화상품은 은행들이 외화예금을 확충하기 위해 외화상품을 기존의 원화채권과 마찬가지로 구조화된 형식으로 판매된 것이다. 리보금리가 일정한 범위에 있을 때 표면금리가 높아지는 '리보 레인지 어크루얼'이 대표적인 경우다.

주로 은행들이 발행하고 보험사 등 장기투자기관이 투자했다. 장기투자기관이 외화상품에 투자하려면 달러자금이 필요한 데, 이들은 주로 통화스와프(CRS)를 통해 달러를 조달한다. 소위 '에셋스와프' 거래를 한 결과다.

국내외 채권금리가 급락한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장기투자기관의 입장에서는 외화구조화상품이 훌륭한 투자대안으로 부상했던 셈이다.

그러나 외화구조화상품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늘어난 장기투자기관의 에셋스와프는 김치본드나 수출업체의 선물환 매도와 마찬가지로 은행들의 선물환 포지션을 확대시키고 외화차입을 늘리는 문제가 있다. 장기투자기관의 CRS 리시브를 받은 은행들이 포지션을 중화시키기 위해서 외화자금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외환당국이 김치본드를 규제대상으로 지목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치본드가 원화사용 목적의 외화대출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도 있었지만, 은행의 단기외채가 급증했다는 것이 규제의 이유였다. 결국 국내기업이 발행한 김치본드는 외화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이후 발행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시장참가자들은 외화구조화상품은 김치본드와 자금의 사용 목적이 전혀 다르다는 점에서 단순히 외화건전성 규제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치본드가 원화를 사용할 목적으로 외화형식으로 발행됐다면, 외화구조화상품은 은행들이 시중에 풍부해진 외화자금을 예금으로 흡수하는 과정에서 생겼다는 주장이다. 외화구조화상품의 자금흐름도 장기투자기관이 해외채권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흐름과 동일하다.

A은행의 한 관계자는 "원화와 마찬가지로 외화예금을 구조화된 상품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없다"며 "은행의 입장에서는 외화예금을 늘리고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고금리를 받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금리의 '볼'이 높았던 탓에 구조화상품의 금리도 함께 올라가면서 투자자가 늘었던 것으로 안다"며 "역마진에 시달리는 장기투자기관이 해외채권을 늘리는 과정에서 외화구조화상품에도 투자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B은행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의 공격적인 양적완화로 국내외에서 달러자금이 풍부해졌다"며 "이들 자금을 외화예금으로 흡수한 상품으로, 외화구조화상품을 외환건전성 문제로 몰고가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외화구조화예금의 잔액이 1년 사이에 10억달러 정도 늘었다고 하는데, 금액 자체도 국내 외화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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