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들 12월에 공격적 매입
(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연기금이 이달 들어 장외시장에서 채권을 4조원 넘게 쓸어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 투자심리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기관 투자자들이 채권 매입량을 다시 늘리는 가운데 연기금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이다.
27일 연합인포맥스의 투자주체별 채권 거래종합 화면(화면번호 4556번)에 따르면 연기금(기금·공제)은 이달 들어 26일까지 장외시장에서 채권을 4조2천818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채를 1조5천328억원어치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매입했고 국고채도 1조원 넘게 담았다.
4분기 들어 변동성이 극심했던 채권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으면서 연기금도 지난달보다 더 공격적으로 포지션을 잡고 있다. 연기금은 지난달 채권 순매수액이 1조4천833억원에 불과했다. 이달 순매수액의 3분의 1에 그친다.
당초 올해는 기관 투자자들이 일찌감치 북을 닫는 흐름이었지만 12월 들어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채권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을 되찾으면서 내년부터 포지션을 잡으려던 기관들이 '포모(FOMO·기회를 놓친다는 불안감)' 속에 한발 빠르게 돌아오는 흐름이다.
다른 투자주체들의 매매 흐름에는 이같은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투신의 장외시장 채권 순매수액은 10월과 11월에 각각 3조8천억원과 6조8천억원 수준이었지만 12월엔 13조2천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종금·금고도 10월엔 8천200억원 순매도, 11월엔 97억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으나 12월엔 2조4천억원어치 순매수하고 있다.
채권시장의 전통적인 큰손 보험마저 이번 달엔 8천200억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하고 있다. 앞서 10월과 11월에 각각 2조2천억원과 3조5천억원 넘게 순매도했던 흐름에서 급격히 돌아섰다. 사모펀드만 전달에 이어 이달에도 채권을 순매도할 뿐이다.
연기금 관계자는 "연기금은 분기별로 자금 집행 계획이 있어 이를 소화하는 과정"이라며 "채권시장이 다소 안정되는 분위기여서 지난달보다 물량을 더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이 이번 달 가장 많이 매입한 채권은 2024년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통안채다. 보험과 기금을 합쳐 순매수액이 4천980억원이었다. 뒤를 이어 국고채 30년물과 국고채 20년물이 채권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연기금과 보험 등 장기 투자자들은 지난달까지 국고채 30년물을 가장 적극적으로 매수한 바 있다. 이들 장기 투자자는 연기금은 9월부터 11월까지 30년물을 3조원 넘게 사들이며 석 달 연속으로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같은 흐름은 이번 달에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연기금과 보험은 12월에 30년물을 3천86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다만 앞선 석 달과 비교하면 순매수 강도는 약해졌는데 그간 물량을 충분히 담은 데다 포트폴리오 내 비중 조절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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