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예금보험공사가 관리 중인 부실 저축은행이 조만간 시장에 매물로 쏟아질 예정이지만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할 주체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신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저축은행에 눈독을 들이던 증권사들은 업황이 어려워 인수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고 금융권 역시 인수 주체가 마땅히 거론되지 않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예보는 지난 5월에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솔로몬, 한국저축은행 등 5개 저축은행과 9월 영업정지를 받은 토마토저축은행 계열 및 예쓰저축은행 등 3개 가교저축은행을 각각 관리하고 있다. 연내에 매각이 진행되는 저축은행이 10여곳에 이른다.

하지만, 저축은행 매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예보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매각이 성사된다 안된다를 성급하게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매각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부실만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이 지난해 11월 인수한 옛 대영저축은행은 연말까지 1천억원의 유상증자를 계획할 만큼 부실 규모가 크다.

현대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꾼 대영저축은행은 현대증권이 인수할 당시에도 960억원의 증자를 실시해 영업을 재개했고 지난 4월에는 500억원의 추가 증자에 나섰다.

W저축은행은 지난 8일 건전성 개선방안이 금융감독원 경영평가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W저축은행은 다음 달 중순까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5% 이상 맞추기 위해 증자 또는 자산매각을 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영업정지된 후 예금보험공사로 넘어간다.

중소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저축은행을 통한 신규사업에 관심이 있어 인수 추진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나 부실이 많아 현재로서는 인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 인수주체가 마땅히 나타나지 않을 경우 대형 금융지주사로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금융지주사 한 관계자는 "당국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지금은 실적 챙기기에도 허덕이고 있다"며 "저축은행을 인수할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지주사는 내년부터 바젤Ⅲ 규제가 도입되면 후순위채가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점을 고려해 자기자본비율 관리에 나서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저축은행 인수의 경우 금융지주사에 떠안기듯이 맡겼지만 바젤Ⅲ 도입으로 이 마저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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