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올해 말에 2백 명가량 뽑으려고 계획했는데, 인재들이 지원하지 않아서 80명만 채용하고 말았다. 이제 더는 A급 인재들이 몰리지 않는 것 같다."

최근 한 대형 간판 금융 지주회사 고위 간부는 계열 증권사 등 신입사원 채용과 관련, 금융위기 이후 상황이 나빠졌지만 올해처럼 민간 금융회사에 유능한 인재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처음 경험한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대형 증권사 인사 담당 간부도 최종 합격 통보를 보내면, 과거에는 보통 서너 군데 동시 합격한 A급 인재들이 금융사를 1.2순위로 선택했으나, 올해는 1.2,3순위에 감독기구와 공기업, 유수의 제조업체로 가버리고, 금융사는 4순위 5순위로 뒤쪽으로 밀렸다고 탄식했다.

A급 인재들이 '정 갈 데 없으면 금융사나 가겠다'로 변한 이유는 무엇보다 금융업계에 뛰어난 젊은 피를 유혹했던 '억' 소리 나는 인센티브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점이다.

국내 자산운용업과 증권업 등 금융업이 올해 최악이고 IB도입 등이 연기되고 당분간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고, 금융위기 이후 월가의 금융기관이 탐욕 집단이라는 비난이 국내에도 영향을 주어 금융인이라는 직업적 자부심에도 상처를 줬다.

직업 안정성이 높은 금융 공기업과 감독기관으로 인재가 몰릴수록, 금융시장 선수(Market player)들은 2류 인력들로만 채워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 것 같다.

과거 70년대 종합상사와 건설사가 주목을 받았고, 80년-90년대에 증권을 포함한 금융업이 최고 인기직종이었지만 상황이 변한 것이다. 새내기들에게는 국내 금융업계가 월가(街)와는 달리 꽃도 제대로 한번 피우지 못하고 사그라진 무덤으로 치부되고 있는 셈이다.

대외 쪽에서 들려오는 금융업에 대한 소식도 갑갑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세계적인 경영전략 컨설팅 회사인 롤랜드버거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IB들이 전체 인력 50만 명 중 1만 5천 명을 잘랐고, 내년 2만 5천 명 더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향후 수년간 IB들이 약 4만 명을 추가로 감원하고 최소 3년 후 '글로벌 IB'라 부를 수 있는 은행 수는 10개 미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형 IB들은 금융위기로 말미암은 경기 둔화와 거래 위축, 자금조달비용 상승, 저금리와 바젤 3 등 자본규정 강화로 경기순환주기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역사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들이 비용 절감에 생사를 걸고 '풀 뜯어 먹는' 고난의 행군을 지속하면, 현재 같은 경기 상황에서 국내 금융사들이라고 하늘을 뚫고 솟아날 구멍이 있는 것은 아니다.

눈치 빠른 '젊은 피'들이 금융 업황의 현재와 미래를 간파하고 직업선택을 급속하게 선회한다는 소식이 연말 금융업계를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취재본부장/이사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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