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시장의 기준 금리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 상승세도 타격을 받았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10일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기대 강화에도 달러-엔 환율의 상승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최 부총리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달러화 롱심리가 훼손됐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달러 강세에 대한 부담감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국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면서 공급 우위 수급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인하 기대 후퇴…달러-원도 되돌림

최 부총리는 9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터키 이스탄불을 방문한 자리에서 "금리인하나 인상보다는 우리나라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또 "지난해 하반기 금리가 두 번에 걸쳐 2.5%에서 2.0%로 낮아졌는데, 이는 역사상 가장 낮은 금리 수준이다"고 덧붙였다.

최 부총리의 발언으로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3년물 금리가 2%대로 복귀하고, 국채선물이 급락하는 등 금리 인하 기대가 크게 훼손됐다.

최근 한국은행이 매파적인 스탠스를 보이는 상황에서 최 부총리까지 금리보다 구조개혁을 강조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가중됐다.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면서 서울 환시에서 달러화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달러화는 이날 1,090원대 중반에서 거래를 시작했지만, 최 부총리 발언에 따른 롱포지션 처분으로 1,080원대 후반까지 레벨을 낮췄다.

A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최 부총리 발언으로 장기쪽 스와프포인트도 상승 압력을 받는 등 환시에서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달러-엔 환율도 반락하는 상황에서 롱스탑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달러-엔도 주춤…공급 우위 수급 부담↑

딜러들은 미국 고용지표 호조로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전망이 강화됐음에도 달러-엔 환율이 명확한 오름세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 부총리의 발언까지 가세하면서 달러화의 상승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달러 강세 장세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지만, 달러-엔도 그리스 우려 등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로 이날 118.50엔선 이하로 밀려나는 등 오히려 반락하는 흐름이다.

B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미국 고용지표 이후 다른 신흥국 통화도 약세 폭을 다소 되돌리는 가운데, 최 부총리의 발언이 더해지면서 롱포지션 청산 욕구를 자극했다"며 "환율전쟁 인식이 그간 달러화에 꾸준히 반영되어 온 만큼 되돌림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G20회의에서 최 부총리가 환율전쟁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했다"며"금리인하 가능성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환율전쟁에서 뒤처지지 않고자 국내에서도 어떤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봤던 기대가 약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C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역외에서 아직 적극적으로 달러 매도에 나서는 움직임은 아니지만 최 부총리 발언으로 롱플레이에 의문을 가지면서 매수세가 없어졌다"며 "역외 매수세가 빠지면, 네고 등 실수급에 따른 달러화 반락 압력이 한층 더 강화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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