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수출입실적 통계를 관장하는 관세청이 의욕 과잉으로 통계 발표 방식에 혼선을 자초해빈축을 사고 있다.

관세청은 최근 잇단 무역수지 오류 등으로 서울 외환시장 등에 혼선을 주는 등 통계 품질 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관세청은 24일 무역수지 통계를 일일단위로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바꿔 기존 방식인 10일단위로 통계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까지만 해도 무역수지를 매일 공개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하루만에 입장을 뒤집으면서 혼란만 가중시켰다.

▲하루만에 입장번복..오락가락 통계발표 방침 =관세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무역수지)일별 실적치는 속보성에서 의미가 있으나 사후에 정정되는 수치의 변동성이 커 정확한 통계 제공이라는 관점에서 약점을 보여 향후 일별공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전일까지만 해도 무역수지 일일단위 발표를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었다.

관세청 무역통계 담당자는 전일 "수출입차 등 관련 통계를 원하는 수요가 많아 통계 제공 편의 차원에서 매일 업데이트 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날마다 통계를 업데이트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해당 관계자는 하지만 이날 "내부적으로 의견이 일치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면서 "일별단위 등 발표 기간이 짧을수록 발표 후 수정되는 수치가 크고, 부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특정 업체가 수출입 내역을 신고한 이후 계약취소나 선적일정 지연 등이 발생하면 사후에 통계가 바뀔 수밖에 없는데, 이를 일별로 발표하다보면 통계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별 발표..내부 검증 등 준비도 미비 = 하루단위로 무역수지 통계를 발표할 경우 데이터의 정확성이 떨어진다는 관세청의 설명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주요 지표의 발표 방식을 충분한 내부 검증 없이 무리하게 변경하려 했던 데 대한 비판은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은 지난 1일부터 24일 현재까지 홈페이지에 수출입실적을 매일 업데이트 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도입해 운영하는 '수출입실적 검증시스템'을 시험하는 차원에서 일일 단위 발표를 적용해 봤다는 것이 관세청의 설명이다.

관세청 무역통계 담당자는 "시험 운영을 하면서 외부 의견도 수렴하고 검증시스템이 정확한지 점검해보려 했다"고 말했다.

무역수지는 국내에서 발표되는 경제지표 중 외환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이처럼 민감한 지표의 발표 방식을 충분한 내부 검증과정도 없이 '공개실험'했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나 기획재정부 등 수출입실적 데이터를 활용하는 관계부처와도 이같은 방침을 논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돈현 관세청 통관지원국 국장은 이에 대해 "사전(대외적 공표이전)에 내부적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쳤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잇단 무역수지 오류에 무리수 뒀나 = 일부에서는 관세청이 무리하게 무역수지를 하루단위로 발표하려 한 것이 최근 무역수지 오류에 대한 비판여론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무역수지는 한 업체가 10억원 수출을 10억달러 수출로 잘 못 기입하면서 흑자 규모가 17억달러나 부풀려진 바 있다. 지난 2월 무역수지 속보치도 같은 이유로 확정치와 7억달러 가량 차이를 보였다.

무역수지가 잇달아 오류를 보이자 일부에서는 '통계 마사지'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관세청이 이같은 비난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매일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인위적인 조작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지경부의 한 관계는 "관세청이 이달 초부터 무역수지를 매일 공개하고 있다는 점도 뒤늦게 관세청 홈페이지를 보고 인지했다"면서 "지난해 말 불거진 통계 오류에 따른 비난 여론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woh@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