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이 외환당국의 대대적인 개입에도 장중 고점이자 4년래 최고치에 종가를 형성하면서 시장 참가자들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북한과 중국 리스크에 맞서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의지를 거듭 강조했지만 , 정작 시장 반응은 시큰둥하다. 시장은 당국이 적극적인 신호를 보내는 데 인색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우고있다.

외환딜러들은 24일 달러화 1,200원선 상향 돌파를 눈앞에 두고 경계심을 거두기 어렵지만, 당국이 내심 원화의 지속적인 약세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도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25억달러 이상 개입에도 장중 고점 종가

달러화는 지난 21일 1,195.00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장중 최고점이자, 지난 2011년 9월26일 이후 약 4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딜러들은 특히 이날 당국이 대대적인 개입에 나섰음에도 달러화가 장중 고점에 종가를 형성한 것은 의외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당국은 이날 장중 꾸준히 매도개입에 나서며 적어도 25억달러 이상은 물량을 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개장 전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긴급히 개최하고 "시장 불안에 선제 대응할 것"이라며 시장 대응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시장은 통상 당국이 개입 의지를 드러냈을 때 종가관리 강도에 신경을 집중한다. 어느 강도로 시장의 투기 심리를 잠재우려 하는지 가늠하는 대표적인 잣대기 때문이다.

이날도 당국은 장마감 2~3분전에 매도 개입 물량을 집중하며 달러화를 1,193원선 부근까지 끌어내리는 등 종가 수준을 낮추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국의 매도 개입 물량은 역내외의 숏커버 및 이월 롱포지션 구축 시도에 밀리며 달러화는 일중 고점 수준으로 튀어 올라 마감했다.

◇관리 의지에 의구심…불가항력 평가도

당국이 종가 관리에 나섰음에도 달러화가 곧바로 반등한 것은 이례적이다.

딜러들은 당국이 예정된 일정 수준의 물량을 쏟아낸 이후 추가 개입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달러화가 반등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다.

당국이 달러화 1,200원선을 앞두고도 고강도 개입을 통해 달러화의 추가 상승을 적극적으로 억제하려는 의도는 없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이 개장전 경고성 발언을 내놓고, 장중 내내 개입을 이어갔다는 점을 고려하면 종가가 고점에 형성되도록 둔 것은 의외였다"며 "속도조절에만 치중할 뿐 상승 자체는 용인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당국은 북한 리스크가 제기되기 이전에는 위안화 약세에 동반한 달러화의 상승은 우리 수출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등의 인식을 내비치기도 했다.

당국이 달러화의 불안정한 흐름을 적극적으로 제어하기보다는 엔-원 환율을 끌어올리는 기회 등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질 가능성도 농후한 셈이다.

당국이 방어 의지를 가졌더라도 시장 제어에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중국과 북한 리스크가 겹치며 시장의 달러 매도 주체가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당국의 고강도 매도 개입이 저점 매수 기회로 작용하는 것 외에 다른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이 순간적으로 매수 주문을 쳐 내더라도 곧바로 레벨이 올라오는 흐름이 장중 내내 지속했다"며 "달러화를 쳐 내린 후 레벨을 지키기에는 소요되는 물량이 너무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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