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외환 당국이 달러-원 환율의 급변동에도 차분한 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환시 참가자들은 5일 달러화가 연초 1,190원선을 넘나들 정도로 연일 급등하자 당국이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에도 나섰으나 특정 레벨을 막지는 않는 등 과거보다는 여전히 적극성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했다.

달러화의 움직임이 중국 위안화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어 당국도 적극적인 개입에 신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딜러들은 달러화 1,200원선 등 핵심 레벨에서는 대응강도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위안화 약세에 연동한 달러화의 변동을 틀어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중국에 쏠린 환시 시선…연초부터 바빠진 당국

이날 달러화는 오전 1,192.1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달러화가 1,190원선 위로 오른 것은 지난 9월30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달러화는 지난해 말 1,172.50원에 거래를 마감했지만, 새해 이틀 만에 20원이나 폭등했다.

다만 인민은행(PBOC)의 유동성 공급조치 등으로 중국 증시가 반등하고, 달러-위안도 6.63위안대로 다소 반락하면서 달러화도 1,190원선 아래로 레벨을 낮췄다.

연초부터 외환시장이 불안조짐을 보이면서 당국도 대응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은 이날 개장전 긴급 외환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외환딜러들은 당국이 전일 장중과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시장에 이어 이날도 일부 스무딩에 나서는 것으로 추정했다.

◇ 당국도 中 눈치보기…개입 강도는 제한

당국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나 달러화는 여전히 큰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당국의 대응이 1,190원선 등 특정 레벨을 지키기보다는 스무딩 차원의 대응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딜러들은 당국이 PBOC의 위안화 절하 여부 등을 주시하면서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당국이 특정 레벨을 지키는 식의 개입에 나서도 위안화 절하폭이 커지는 등 방향성을 달리하면 무력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국도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달러화는 위안화 흐름과 동일한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달러화는 1,190원선 위로 올라섰지만, 달러-위안이 반락하고 중국 증시도 반등하면서 1,180원대 중반까지 급락했다. 달러화는 이후 달러-위안이 소폭 반등하자 동반 상승해 전일 종가 수준에서 등락 중이다.





<5일 달러-원(붉은색) 및 달러-CNH 틱차트, 자료 : 연합인포맥스>

A외국계은행 딜러는 "달러화가 철저하게 위안화에 연동해 움직이고 있어 당국 개입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달러화가 1,200원선을 위협할 정도로 오르면 레벨 방어 식의 개입이 있겠지만, 그전까지는 스무딩에 치중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당국이 시장에 전하는 메시지도 공격적이지는 않다.

한국은행은 긴급 금융외환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과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계속해서 면밀히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지난 미국 12월 금리인상 당시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시장안정화 대책을 적극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했던 것에 비하면 강도가 약화됐다.

당국 관계자도 "환시의 불안정한 움직임에 대한 대응은 지속할 것"이라면서도 "중국 위안화 향배에 따라 달러화도 방향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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