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 참가자들과 외환당국이 대치하는 장세가 지속하고 있다.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25일 당국의 구두개입 이후에도 역외의 달러 매수 공세가 멈추지 않는 데다, 대내외 여건도 달러화의 상승세를 지속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당국이 1,240원선 방어 의지를 보이고 있어 단기적으로 저항력이 유지되겠지만, 달러화가 결국 핵심 승부처가 될 수 있는 1,250원선을 향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1,240원은 지키려는 당국…살 건 사는 역외

달러화는 이날 오후 1시 현재 1,237.5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지난 19일 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선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역외 환율도 하락했지만, 서울환시에서 달러 매수가 지속되는 패턴에 변화가 없다. 역외는 이날도 달러 매수를 지속하면서 달러화를 끌어 올리는 중이다.

달러화가 지속 상승하자 당국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당국은 달러화 1,237원선 부근 등에서 간헐적으로 달러 매도 주문을 넣으며 추가 상승을 저지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개입 레벨인 1,240원은 우선 지키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당국으로서도 뚜렷한 변화 없이 개입 레벨을 내어 주면 시장의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달러 매수 주체인 일부 외은 위주의 매수세가 지속 중이고 상단에서는 당국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치 국면이 언제 마무리될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승 우호적 여건 지속…1,250원선이 승부처 될 듯

딜러들은 당국 방어에도 1,240원선이 결국 상향 돌파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대외적으로 중국과 유럽 위험요인이 여전하다. 역내에서도 배당금 시즌이 다가오는 데다, 지정학적 위험도 지속하는 등 달러를 매도를 지지할 요인이 많지 않다.

중국 인민은행(PBOC)은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위안화를 절하 고시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오전 장에서 3.5%가량 급락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우려로 파운드와화 유로화가 큰 폭 하락하는 등 유럽발 불안감도 커졌다.

B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유가가 반등했지만, 상해 지수 급락으로 불안감이 확산했다"며 "위험회피에 따른 달러 매수 베팅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역내에서는 3월 배당금 역송금에 대한 부담이 작용하기 시작했다. 통상 상장 주식에 투자한 외국인 배당금은 4월에 집중되지만, 비상장 외투기업들의 배당은 3월부터 증가한다.

한국은행이 고시하는 직접투자배당금지급 통계를 보면 지난해 2월 배당금은 5억달러 가량이었지만, 3월에는 13억달러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지정학적 리스크 부담도 제기된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달러화가 1,300원선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에따라 달러화가 방국 방어선인 1,240원선을 넘어 1,250원선 공방으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강화됐다.

C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대외 여건을 감안할 때 1,240원선이 지속적으로 지켜지기는 어려운 상황"며 "결국 1,250원선에 대한 테스트가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마져 뚫리면 원화 약세 기대가 확연하게 굳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D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단기적으로 1,240원선 당국 방어에 대한 부담이 커 일부 주체를 제외하고 다른 역외 움직임도 제한적"이라면서도 "현실화되고 있는 중국 경착륙 우려를 감안하면 결국 1,250원선을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봤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당국이 나선 만큼 1,250원은 강한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서 1,250원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기보다는 상승 속도를 줄이는 1차 표적으로 설정하고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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