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전격 인하하면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을 통한 추가 부양책도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렸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부 재정의 역할 확대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매번 정부 등의 금리 인하 압박에 수세적으로 대응하던 데서 벗어나 정부의 재정확대 등 경기 부양을 압박하고 나선 셈이다.

◇달라진 한은…선제적 금리 인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는 1.25%로 전격 인하했다.

한은이 경기 둔화 여부와 기획재정부의 하반기경제정책운용 방향 등을 확인하고 7월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 시장의 대체적인 예상은 빗나갔다.

한은이 매번 선제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경기 둔화에 뒤늦게 대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결정이다.

한은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의 추가 둔화 가능성 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향후 본격화될 기업구조조정이 실물경제와 경제주체 심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선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금리 인하의 배경을 설명했다.

◇재정정책 압박도 강화…한은 '공세' 전환

한은 금리 인하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향후 전개될 구조조정 등을 꼽았지만, 상반기 경기를 떠받친 재정의 역할이 하반기 둔화될 것이란 우려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정부가 올해 재정을 운용하면서 예산 조기집행을 했기 때문에 하반기에 가서 재정이 성장에 주는 효과에 대해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반기 재정 집행이 축소되면서 경기가 추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는 의미다.

이 총재는 그러면서 재정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그는 "통화정책만으로는 현재의 저성장 및 성장잠재력 약화를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국제통화기금(IMF) 연례협의단이 통화정책을 권고하면서도 방점은 재정의 역할에 둔 것은 잘 알 것"이라며 "국내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크고 재정과 통화 양쪽 측면에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했다.

한은이 정부 영역인 재정의 역할을 언급하는 점을 극도로 조심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총재의 발언은 이례적이다.

특히 기획재정부 등 정부는 6월말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을 담은 경제정책운용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추경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편성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스탠스를 견지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총재가 재정의 역할을 직접 언급한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호응을 촉구하기 위해서란 분석도 나온다.

한은 한 관계자는 "시장 예상보다 앞서 6월에 금리를 내린 것은 시점상 정부에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이라고 말했다.

선제 금리 인하로 정부의 재정 확대를 압박할 의도도 있었다는 의미다.

시장 일각에서는 정부의 추경이 국회동의 등의 문제로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 등 한은의 부담이 더 크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소야대 국면으로 추경 편성이 쉽지 않아 올해는 한은이 적극적인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내년에는 정부가 확장재정으로 바통을 이어받는 '시간차 정책공조'가 이루어질 것"이라며 "9~10월 중 한차례 금리가 추가 인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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