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외국인 투자자들이 통화선물 거래량을 늘려가면서 달러-원 환율에 대한 영향력을 점차 키워가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11일 달러-원 환율이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매매에 따른 현물환 유입물량에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외국인의 통화선물 매매패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이 지난 6월 중순 달러선물 숏포지션으로 돌아선 이후 최근까지 숏포지션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유로화 약세에도 원화 강세에 대한 외국인의 기대가 적지 않다는 것을 반영하는 셈이다.

▲外人 매매규모↑..환시 영향도↑ = 연합인포맥스 통화선물 투자자별 매매동향(화면번호 3803)에 따르면 지난 9일 선물시장에서 외국인 투자들은 3만2천계약(3억2천만달러)를 순매도했다.

이는 2009년 통화선물 거래단위가 1계약당 1만달러로 하향 조정된 이후 가장 많은 순매도 물량이다. 외국인들은 전일 1만8천계약을 순매수하고, 지난 6일 1만6천계약 순매수, 5일 2만2천계약 순매도 등 최근 거래물량을 부쩍 늘렸다.

외국인 선물 거래가 크게 늘면서 차익거래나 헤지 등으로 현물 시장에 유입되는 물량도 외환시장의 주요한 변수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지난 9일 달러화가 1,145원으로 '갭업' 출발한 이후 장중 지속적으로 반락 압력을 받으며 1,141원에 마감한 데에도 통화선물 거래에서 유발된 달러 매도 물량이 유입된 영향이 컸다.

A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외국인들이 선물을 순매도하면 대부분 은행이나 증권.선물사들이 해당 물량을 사고 현물환을 매도하는 만큼 헤지 물량이 현물환으로 흘러들어온다고 봐야 한다"면서 "최근 시장이 예상과 달리 달러 매도세가 단단하다고 느끼는 데는 외국인들의 대규모 통화선물 거래 영향이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9일 외국인의 3만2천계약 순매도도 증권ㆍ선물이 2만5천계약 순매수로 대응했다. 증권ㆍ선물사가 해당 포지션을 오픈시키지 않는 이상 현물환에서 헤지 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외국인 선물 포지션 '숏' = 통화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의 누적 포지션이 6월 중순 이후 대규모 숏포지션으로 돌아선 점도 달러화의 강한 상방경직성과 연결된다.

외국인의 연초 이후 누적순매수는 지난달 18일 3만2천계약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빠른 속도로 줄여가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연중최고치인 7만3천계약 순매도로 확대했다. 다만, 전일 매도포지션이 다소 줄어 5만4천계약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검은색) 및 외국인 선물 누적순매수(빨간색) 흐름>



통화선물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이러한 가파른 숏포지션 구축이 유로-원 크로스 숏플레이 등 원화의 상대적인 강세를 기대한 트레이딩에 따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B증권사의 한 외환딜러는 "호가 집중 등 거래패턴을 볼 때 최근 외국인 매매는 국내 주식투자 관련 헤지 목적 거래는 아닌 것 같다"면서 "최근 유로-원 크로스 숏이 주목을 받으면서 해당 포지션이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도 "외국인의 단타 매매 비중이 큰 점이 한계긴 하지만 지난 4~5월 세계적인 위험회피 등으로 부각하지 못했던 원화의 상대적인 메리트가 반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외국인들이 원화의 상대적 강세에 대한 베팅으로 돌아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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